총선은 끝났지만…증시 UP DOWN 투표한다면?
4·10 총선 다음날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1조원 넘게 주식을 사들였다. 코스피가 15거래일만에 2700선 밑까지 떨어졌다가 간신히 반등한 배경이다.
증시가 곧바로 추가적인 탄력을 받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미국의 고물가,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총선 등 신중론의 배경이다. 증권가에선 단기 트레이딩의 경우 2600선은 안 깨지는지까지 지켜본 뒤 매매하라는 제안도 나온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땐 현시점이 일종의 '저점 매수 타이밍'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코스피는 1.80포인트(0.07%) 오른 2706.96으로 마감했다. 기관이 매도 물량을 쏟아냈지만 외국인을 중심으로 반발 매수세가 나왔다. 잠정 집계기준으로 외국인이 1조221억원, 개인이 435억원 순매수했다. 기관은 1조797억원 순매도했다. 전기가스업, 보험, 증권 등 저 PBR업종이 2~3% 대 하락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됐던 종목들이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밸류업 프로그램 동력을 삼기 위해 추진하는 세법과 법인세법 개정은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의 반대로 가로막힐 공산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정부가 추진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조세특례제한법), 자사주 소각시 법인세 감면(법인세법) 등 세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에 추진 동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면 박 연구원은 "압승을 거둔 민주당도 기본적으로 상법 개정과 물적 분할 금지 등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입법과 규제를 옹호하고 있다"며 "큰 틀에서 여당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소액 주주가 늘어난 가운데 민주당도 주가 상승을 막을 정책에 뛰어들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총선 결과보다는 미국의 고물가가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중대 요인이란 시각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총선 이후 증시 흐름을 보면 의회 구도나 시기와 코스피 등락 간의 상관관계는 0에 가깝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중국 경기 불안 가능성 등을 핵심 문제로 꼽으며 "코스피 2750선 이상에서 리스크 관리 강화, 큰 폭 상승한 업종·종목에 대한 차익실현 전략을 유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600선대에서 지지력을 확보하는지 여부에 따라 단기 트레이딩 전략은 가능하겠지만 대응력 강화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올랐다. 월가 예상치를 0.1%포인트 웃돌았다. 증시에 악재로 간주되는 달러 강세 현상은 미국의 고금리 지속 가능성에 힘이 실리며 두드러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7원 오른 1354.9원에 마감했다. 17개월 만에 최고치다.
저 PBR주를 중심으로한 주요 종목들이 과대 낙폭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플레이션은 3개월 연속 쇼크를 맞으면서 매크로 민감도가 높아졌다"면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1분기 실적시즌이 순조롭게 시작하면서 이익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증시에 하방 경직성을 부여할 전망"이라고 했다.
이어 "총선 결과를 이미 반영해 급락한 자동차, 은행, 증권 등 주요 저 PBR주는 진입 매력이 높아진 시점"이라고 했다.
기업 실적 개선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나타나고 있다. 실제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라 1분기 시장 예상을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실현한 삼성전자는 0.6% 상승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실적 개선 기대감에 3% 급등 마감했다. 역대 최대 1분기 수출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는 5%나 뛰었다.
한편 코스닥은 0.14% 내린 858.10에 마쳤다. 개인이 813억원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48억, 520억원 순매도했다. HPSP가 4% 급락한 가운데 이오테크닉스, 에코프로비엠, 리노공업 등은 1~2% 올랐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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