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이용됐나, 평화의 여정인가…마잉주·시진핑 회담에 대만 반응은 싸늘
11일 마무리된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의 ‘10박 11일’ 중국 방문을 두고 중국 정부의 선전에 이용당했다는 비판이 대만 내에서 고조되고 있다. 대만 당국은 마 전 총통이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주권과 민주주의 체제 수호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당은 ‘평화를 위한 노력’이라고 맞섰다.
류융젠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당국은 이번 회동에서 ‘92공식’을 언급하며 대만 문제에 관한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하나의 중국’을 실현하고 대만의 주권을 소멸하겠다는 야심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류 대변인은 “중국이 진정 선의를 보이려 한다면 대만을 겨냥한 각종 위협 행보를 즉각 중단하고 대만 주류 민의를 직시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92공식’은 대만과 중국이 맺은 1992년 맺은 양안 관계 원칙이다. ‘하나의 중국’을 원칙으로 교류를 해 나가되 ‘하나의 중국’에 대한 해석을 규정하지 않고 각자 편의대로 하기로 했다. 중국은 대만을 중국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대만은 ‘하나의 중국’을 ‘문화적 공통점’ 정도로 해석한다.
대만의 중국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전날 오후 성명을 내고 “양안의 차이는 언어와 문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 체제와 생활 방식에 있다”면서 “마잉주는 시진핑과의 회동에서 중화민국 주권과 민주자유체제를 단호하게 수호하려는 대만 인민의 의지와 대만 사회의 기대를 (중국 측에) 전달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회담에서 “마 전 총통이 줄곧 민족 감정을 갖고 ‘92공식’을 고수하며 대만 독립을 반대하고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안의 체제가 다르다고 해서 양안이 같은 나라에 속한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며 “그 어떤 외세의 간섭도 가족과 조국의 재결합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마 전 총통은 시 주석에게 “만약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는 중화민족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 될 것”이라며 “대만해협 양쪽의 중국인들은 확실히 다양한 분쟁을 평화적으로 처리하고 갈등을 피할 만큼 현명하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92공식’은 대만과 중국이 맺은 1992년 맺은 양안 관계 원칙이다. ‘하나의 중국’을 원칙으로 교류를 해 나되 ‘하나의 중국’에 대한 해석을 규정하지 않고 각자 편의대로 하기로 했다. 중국은 대만을 중국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대만은 ‘하나의 중국’을 ‘문화적 공통점’ 정도로 해석한다.
독립성향 정당인 대만단결연맹은 마 전 총통이 92합의와 관련해 ‘역사왜곡’을 하고 있다며 “퇴임 총통에 대한 예우를 취소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저우니안 대만연맹대표는 자유시보 인터뷰에서 “1992년 합의 당시 본토위원회(대만의 중국 담당기구) 부주석이었던 마잉주는 그 자신도 ‘92년 회담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며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냐, 중국 공산당의 위협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냐”고 물었다.
반면 국민당 소속 뤄즈창 의원은 “마잉주가 시진핑 앞에서 ‘중화민국’을 외쳤을 뿐만 아니라 ‘평화’를 최소 5번 언급했다”며 주권수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에 반박했다. 회담이 베이징 인민대회당 대만홀이나 푸젠성홀이 아니라 시 주석이 해외 정상과 회담할 때 쓰는 동관에서 열렸다는 걸 높이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다만 국민당 내에서는 이번 방문이 민진당 측의 공세 카드가 될 것을 우려해 조심스러워하는 시각도 있다고 대만 연합보가 전했다.
마 전 총통의 방중 기간 일정은 역사·문화 탐방을 중심으로 짜였다. 마 전 총통은 청명절 연휴 기간 한족의 시조로 여겨지는 고대 중국의 전설의 인물인 황제 헌원씨 제사에 참석했다. 만리장성, 자금성 등 중국 주요 역사 명소 방문과 태극권 시범 등 문화체험 행사도 일정에 포함됐다.
왕신셴 대만국립정치대 교수는 “중국은 대만이 합법적인 대만 독립뿐만 아니라 ‘탈중화민족’, ‘탈중문화’라는 ‘문화적 대만독립’ 문제를 갖고 있는지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중국의 마 전 총통 초청은 라이칭더 신임 대만 총통이 유화적 중국 정책을 펼치도록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마 전 총통의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데다 ‘혈통’과 ‘전통’을 강조하는 일정이 ‘민주주의’를 정체성으로 삼는 대만인들에게 호응을 얻을지는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마 전 총통 출국일에 “마잉주는 매국노”라고 적힌 현수막 시위대가 공항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톈안먼 시위에 참여했던 역사학자 왕단은 엑스(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시 주석은 마잉주와의 2차 회담을 매우 중시하지만 문제는 마잉주가 더 이상 대만에서 여론 기반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며 “대만 측을 대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마 전 총통은 이날 대만에 도착해 담화를 발표해 “중국 방문 11일 동안 대만 젊은이들에게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알게 해줬다”며 “우리는 모두 염황(염제와 황제)의 자손이며 중화민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데올로기를 떠나 대만과 본토의 역사·문화적 연결은 정치적으로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더 중요한 것은 양안의 중국인들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공동의 정치적 기반과 ‘92공감’만 있으면 양안 대화를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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