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냄새 대신 피 냄새만 가득”…탄식만 가득했던 가자지구 ‘이드 알피트르’
전쟁에 과자 만들기, 옷 장만 등 전통 끊겨
주민들 “이 역겨운 전쟁 끝나길 바란다”
이슬람 금식 성월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축제 ‘이드 알피트르’가 10일(현지시간) 이슬람권 전역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격에 삶의 터전을 잃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슬람 최대 명절에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공세 속에 가자지구엔 기근이 들이닥쳤고, 주민들은 이드 알피트르를 즐기지 못했다”며 전쟁 중 명절을 맞은 가자지구의 우울한 분위기를 전했다. 우선 이슬람교도들은 매년 라마단을 마무리하며 가족들과 함께 전통 과자를 만들어 먹는 풍습을 갖고 있지만, 올해 이드 알피트르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됐다.
대학생인 알리나 알야즈지는 NYT에 “거리엔 쿠키와 마모울(전통 과자)의 멋진 냄새 대신 피와 살인, 파괴의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NYT는 “그가 인터뷰하는 동안 이스라엘 전투기 소리가 머리 위로 울려 퍼졌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피란 생활을 하는 무나 달루브도 “요리용 가스는 물론 밀가루와 설탕 등 모든 재료가 너무 비싸거나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손주들을 위해 막대 사탕이라도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슬람교도들은 또 이드 알피트르에 아이들에게 새 옷을 장만해주는 전통을 지켜왔지만, 가자지구 주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네 자녀와 함께 라파에 머무는 북부 출신 아마니 아부 아우다는 “치솟은 물가 때문에 어떤 물건도 살 수가 없다”며 “아이들에게 새 옷을 선물하기는커녕 중고 제품 하나도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2세 남성 무함마드 셰하다는 “올해 아이들에게 이디야(세뱃돈과 비슷한 성격의 현금 선물)도 줄 수가 없다”며 “이드 알피트르를 맞아 소망하는 바가 많지만, 무엇보다 이 역겨운 전쟁이 끝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사회는 이드 알피트르를 계기로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해외 또는 요르단에서 보내온 가자지구 구호품 반입을 목적으로 한 국경 검문소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국경 검문소는 가자지구 북부에 세워질 것”이라며 “가자지구에 구호품이 넘쳐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지난 4일 가자지구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책을 내놓지 않으면 대이스라엘 정책에 변화를 가하겠다고 밝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충분하지 않다”며 “이스라엘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압박을 이어갔다. 그는 “북부에 열려야 할 통로가 더 있다”며 “우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내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하는지 계속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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