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법원 "여성 전용 전시회, 차별 금지법 위반"…작가 "슬프다"

모나 박물관 방문한 남성 관람객 "레이디스 라운지, 운영 안 돼"
남성 관람객 손 들어준 법원 "28일 이내 남성 입장도 허용해야"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호주 법원이 '여성 전용 전시'에 대한 한 남성 관람객의 성차별 소송에 대해 11일 "여성으로 확인되지 않는 사람도 인정하라"며 관람객의 손을 들어줬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 법원은 지난달 말 호주 태즈메이니아주(州) 호바트 소재 모나 박물관(MONA·Museum of Old and New Art)에 제기됐던 차별 금지법 위반 소송에 대해 '위반이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28일 이내에 남성 등 여성으로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사람에 대한 박물관 입장을 허용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모나 박물관에서 운영 중인 '레이디스 라운지'(Ladies Lounge)가 있다. 2020년에 문을 연 이곳은 파블로 피카소, 시드니 놀란 등의 작품이 전시돼 있으며, 1965년까지 주로 여성을 배제했던 호주의 오래된 펍을 콘셉트로 했다.

이곳은 당시의 콘셉트를 바꿔 여성만이 출입이 가능하고, 이들이 남성 집사들에게 샴페인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게 디자인했다.

지난해 4월 모나 박물관을 방문한 남성 관람객 제이슨 라우는 이는 차별 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물관 입장을 위해 호주 달러 35달러(약 3만 원)를 지불했다면서 '레이디스 라운지를 포함한 박물관의 모든 구역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모나 박물관은 해당 라운지가 차별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나 라운지 설치의 요점은 '남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레이디스 라운지를 만든 예술가 겸 미술 큐레이터 키르샤 캐첼레는 남성들이 경험하는 '거절'이 전시의 핵심이라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캐첼레는 인스타그램에 "법원의 판결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28일간의 기간 동안 상황을 파악하고 조언을 구하고 스스로를 진정시킬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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