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동맹과 ‘빈껍데기’ 평화헌법 [특파원 칼럼]

김소연 기자 2024. 4. 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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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안보 협력과 관련해 무기 공동 개발·생산, 미군-자위대 간 지휘체계 협력 강화 등에 합의했다.

실제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가 참여한 오커스(AUKUS) 동맹이 일본을 상대로 무기 개발 협력 등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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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장에 도착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김소연 | 도쿄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안보 협력과 관련해 무기 공동 개발·생산, 미군-자위대 간 지휘체계 협력 강화 등에 합의했다. 동·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일 동맹이 한층 격상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일본의 군비는 획기적으로 증강할 것으로 보인다. 견제는커녕,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일본은 군사 대국화로 나아가고 있다.

미·일의 무기 공동 개발·생산은 제3국으로 수출까지 염두에 둔 조처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이 제3국 수출 관련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미·일이 방위 장비 공동생산 체제를 강화하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6일 영국·이탈리아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차세대 전투기의 제3국 수출을 허용하겠다며 ‘방위 장비 이전 3원칙’ 운영지침을 개정했다. 공동 개발한 무기의 제3국 수출이 이뤄지면 개발·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여러 나라와 협력 기회도 늘어나게 된다. 실제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가 참여한 오커스(AUKUS) 동맹이 일본을 상대로 무기 개발 협력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전후 평화헌법의 영향으로 무기 수출이 금지됐던 나라다. 아베 신조 2차 내각 때인 2014년부터 서서히 완화되더니, 이젠 전투기·미사일 등 최첨단 무기를 생산하고 팔 수 있게 됐다. 여당인 자민당에선 ‘살상 무기’ 수출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번에 합의된 미군-자위대 간 지휘체계 개선도 차원이 다른 변화다. 이는 일본이 2022년 12월 국가안보전략을 개정해 북한·중국 등 주변국의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적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을 보유하기로 결정한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적의 기지를 공격하기 위해선 미·일은 높은 수준의 일체화가 필요하다. 일본이 ‘적기지 공격’에 사용할 핵심 무기도 미국의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다. 1952년 4월 미-일 동맹이 결성된 뒤 미국이 ‘창’(공격), 일본은 ‘방패’(방어) 역할에 머물러왔지만, 이번 지휘체계 조정을 통해 두 나라 모두 상대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창’ 역할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

일본은 패전 뒤인 1947년 5월 현행 평화헌법을 시행한 뒤 한번도 개정한 적이 없다. 전후 기시 노부스케(1896~1987)와 아베 신조(1954~2022) 등 강경 보수 정치인들이 개헌을 추진했지만 일본 국민들의 반대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평화헌법의 핵심은 9조다. 1항은 일본이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의 해결 수단으로 영구히 포기한다”, 2항은 “육해공군이나 그 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당장 헌법 9조가 개정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내용적으로는 이미 의미가 상당히 퇴색됐다. 평화헌법이 사실상 ‘빈껍데기’가 되고 있고, 일본이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도 일본 사회는 조용하다. 얼마 전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선 일본 국민의 84%가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북한·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으로 ‘일본의 안보 불안 확대→군비 증강→동아시아 긴장 고조’ 등 당분간 이런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착잡한 마음이 든다.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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