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여가부 폐지 공약…“야당, 성평등 정책 기능 살려야”

최윤아 기자 2024. 4. 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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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18층 여성가족부 현판. 연합뉴스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187석을 확보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여성가족부 폐지’에 제동이 걸렸다. 부처를 없애려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이 법 개정에 필요한 과반 151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성단체들은 총선 결과를 놓고 “정부는 여성 인권 퇴행을 더는 두고 보지 않겠다는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하고, 거대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역시 윤 정부의 ‘여가부 고사 전략’을 적극적으로 저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총선 개표 결과를 11일 보면, 더불어민주당(175석)·조국혁신당(12석)이 절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하면서 정부의 여가부 폐지 추진 동력은 사실상 힘을 잃었다. 이날 오전 김가로 여가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총선 결과에 따른 부처 운영 방향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정부조직 개편은 입법 사항이기 때문에 국회 논의를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여가부 내부에서는 최소한 부처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안도와 제대로 인사를 하지 않는 등 정부 차원의 조직 힘 빼기가 지속할 것이라는 회의가 교차했다. 한 여가부 관계자는 “당장 부처가 폐지되는 상황은 피했으나 그렇다고 상황이 개선될 것 같지도 않다”며 “여가부 폐지 이슈는 선거 국면마다 불거지기 때문에 (부처 존치 여부는) 계속 불안한 상태”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야권이 여가부 사무에 큰 관심이 없어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저출생 문제 해결에는 여야 공감대가 있어서 지금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역할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여가부 업무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여당은 여가부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여소야대 국회에서 통과가 불발됐다. 정부는 올해 2월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 사표를 수리한 이후 새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으며, 여성폭력 피해 예방 및 피해자 보호·지원 같은 핵심 사무를 담당하는 권익증진국 국장 자리도 비워뒀다. 정부는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법을 바꿔 여가부를 폐지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대통령실은 2월22일 연합뉴스에 “법 개정 이전이라도 (여가부 폐지) 공약 이행에 대한 행정부 차원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는 게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만큼 당정이 여가부 폐지 추진을 멈춰야 하며, 야당도 이런 시도를 적극적으로 저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성단체에서 터져 나온다. 오경진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이날 한겨레에 “윤 정부 (국정운영의) 핵심이 여성인권 퇴행이었다면, 민주당은 이제 당 차원에서 여성인권 복원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여가부 폐지를 넘어서 성평등을 달성할 구체적 로드맵 마련한고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선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윤 정부는 여가부를 ‘고사’ 시키는 방식으로 여가부 폐지를 밀어붙일 때 다수당인 민주당이 성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저지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힘을 실어준 만큼 여가부가 성평등 정책 부처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2024 총선! 여성주권자행동 어퍼’는 논평을 내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주권자들의 준엄한 평가를 겸허히 수용해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를 당장 중단하고 반여성 정책 기조를 전면 전환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은 ‘어퍼’가 보낸 정책 질의서에 성평등 전담부처 여성가족부 강화 등의 과제에 모두 ‘찬성’ 의사를 밝힌 만큼, 여성 주권자와 한 약속을 어떻게 지킬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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