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안철수 울렸다 웃게 한 출구조사…이번에도 틀려
한강·낙동강 벨트 격전지서 여당 반전 속출
‘출구조사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국회의원 선거 출구조사 예측이 이번에도 실제 결과에서 벗어났다. 지상파 3사는 이번 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여당 의석수를 100석 이하로 점쳤으나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 비례의석까지 108석을 얻었다. 200석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던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민주연합 포함 175석을 확보했다. 여야 모두 예측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지난 10일 저녁 공표된 출구조사 예측을 보면 여당 기준 한국방송(KBS)이 87∼105석, 문화방송(MBC)이 85∼99석, 에스비에스(SBS)가 85∼100석 수준이다. 방송사마다 약 15석의 범위를 뒀지만 실제 국민의힘은 상한선보다 3∼9석을 더 얻었다. 민주당 역시 한국방송 178∼196석, 문화방송 184∼197석, 에스비에스 183∼197석 예측 범위를 벗어나 하한선보다 3∼9석 덜 얻는 결과로 이어졌다.
출구조사 예측과 당선자가 바뀐 지역구는 18곳이다. 특히 수도권과 부·울·경 접전지에 반전 지역이 몰려 있다. 서울 동작을에서는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가 류삼영 민주당 후보에 3.6%p 뒤질 것이라는 예측을 엎고 8.03%p 차이로 크게 이겼고, 10%p 가까운 격차가 예상됐던 마포갑에서는 조정훈 후보가 이지은 후보를 0.6%p로 따돌렸다. 용산(권영세), 도봉갑(김재섭)에서도 반전이 벌어졌다.
경기 화성을에서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3.2%p 차 열세 예측을 2.68%p 차 승리로 뒤집었고, 성남분당갑에서는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이광재 민주당 후보를, 성남분당을에서는 김은혜 후보가 김명욱 후보를 꺾으면서 선거 결과가 출구조사와 어긋났다. 경기 이천(송석준), 포천가평(김용태), 인천 동미추홀을(윤상현)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출구조사를 비껴가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남 양산을 김태호 국민의힘 후보도 실제 득표에서 김두관 민주당 후보를 2.11%p 앞서면서 1.2%p 차 석패 예상을 벗어났다. 이어 경남 창원진해 이종욱, 부산진갑 정성국, 부산 남구 박수영, 부산 북구을 박성훈, 부산 사하갑 이성권, 강원 원주갑 박정하 후보가 반전을 썼다. 모두 민주당의 우세가 점쳐졌던 곳이다. 민주당에서 출구조사 예상을 엎고 석권한 지역구는 한 곳(울산 동구 김태선) 뿐이었다.
총선 출구조사는 늘 오산의 연속이었다. 지난 21대 총선(2020년) 때는 민주당 1당은 맞췄으나 의석수가 범위 밖으로 벗어났고, 14개 지역구에서 결과가 바뀌었다. 20대 총선(2016년)과 19대 총선(2012년) 때는 각각 17개 지역구에서, 18대 총선(2008년) 때는 22개 지역구에서 당선자가 출구조사와 다르게 나왔다. 16대 총선(2000년) 때는 경합 지역구 80여곳 중 21개가 틀려 사과방송을 하기도 했다.
총선 예측을 어렵게 하는 주된 원인은 많은 선거구와 점점 높아지는 사전투표 비율 등이다. 조사 가능한 투표소가 한정적이기에 254개로 쪼개진 지역구에서 실제 유권자 구성에 근접한 양질의 표본을 구축하기 어렵다. 또 사전투표는 출구조사를 할 수 없어 추가 여론조사 등을 반영해야 하는데, 이는 적중률을 저해한다. 이번 사전투표에서는 60대 이상 노년층이 가장 많았던 점(37.6%)이 변수로 꼽힌다.
이번에 출구조사 예측에서 결과가 바뀐 18개 지역구 중 17곳이 본래 민주당 우세가 점쳐졌던 곳이라는 점에서, 응답률 등이 진보 성향 유권자에 치중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강윤 시사평론가는 “(틀린 곳이) 대부분 한강·낙동강 벨트 격전지나 정치적 체급이 높은 후보들이 붙은 곳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출구조사의 신뢰도를 의심하게 하는 각인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이번 출구조사는 한국방송협회 산하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가 한국리서치, 코리아리서치, 입소스주식회사 등 3개 조사기관을 통해 진행했다. 투입된 비용은 72억8000만원이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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