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 강자' 리가켐, 바이오텍 '국대' 노린다…실탄 장전→개발 가속

홍효진 기자 2024. 4. 1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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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암연구학회(AACR) 2024…리가켐, ADC 신약 연구결과 공개
'CD20·CD22' 타깃 이중특이항체 ADC 'LCB36', "항암효과 우수"
'LCB02A'·'LCB84', '베스트 인 클래스' 가능성
리가켐바이오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 현황. /사진=조수아 디자인기자


'ADC(항체-약물접합체) 강자'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구 레고켐바이오·이하 '리가켐')가 미국 암연구학회(AACR)에서 차세대 ADC 파이프라인의 초기 연구개발 현황을 공개, 글로벌 신약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오리온의 인수로 '실탄'까지 장전한 가운데 리가켐의 성장 동력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리가켐은 지난 5~10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AACR 2024 연례회의에서 이중특이항체(BsAb)를 결합한 ADC 'LCB36'과 클라우딘18.2(CLDN 18.2) 표적 ADC 'LCB02A' 등 신약 후보물질 관련 초기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특히 LCB36은 B세포 혈액암의 표적 단백질인 CD20과 CD22를 타깃으로 하는 첫 이중특이항체 ADC로, 아직 개발 사례가 없는 '퍼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초) 신약이다.

리가켐은 시험관 내(In vitro) 연구에서 LCB36이 B세포 혈액암의 표적 단백질 CD20과 CD22 중 최소 하나의 항원만 발현해도 다양한 세포주에서 우수한 항암효과를 보인다는 점을 밝혀냈다. 생체 내(In vivo) 효능·독성 평가에선 화이자의 백혈병 치료제 '베스폰사' 대비 TI(치료지수)에서 우위가 확인됐다. 리가켐 측은 "LCB36은 단일항체 ADC 대비 CD20·CD22 항원 발현 세포를 모두 타깃할 수 있다"며 "B세포 혈액암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B세포 혈액암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고 재발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고형암에서 발현하는 클라우딘(Claudin)18.2 표적 ADC 'LCB02A' 연구 결과도 공개됐다. 클라우딘 18.2는 위암·췌장암 등에서 과발현되는 단백질로, 최근 이를 표적하는 항암제 개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리가켐에 따르면 페이로드(화학약물)로서 항암 활성이 높은 MMAE(유사분열억제제)와 TOP1(토포이소머라제I) 억제제를 비교한 결과, TOP1 억제제 페이로드가 MMAE 페이로드 대비 10배 이상 농도에서도 훨씬 약한 독성을 보였다. 현재 클라우딘18.2 타깃 ADC 대부분이 강한 독성의 MMAE를 페이로드로 쓰는 만큼 TOP1 억제제를 활용한 LCB02A가 베스트 인 클래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미국 넥스트큐어와 공동개발 중인 'LNCB74'와 고 테라퓨틱스와 개발 중인 'LCB22A'·'LCB45A'를 비롯해, TROP2(고형암에서 과발현하는 단백질) 타깃 'LCB84' 등 여러 ADC 후보물질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특히 LCB84의 경우 얀센에 규모 약 2조3000억원에 기술수출된 파이프라인으로, 전임상에서 길리어드 '트로델비'와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의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 등 기존 TROP2 표적 ADC 대비 우수한 효능과 낮은 부작용을 보였다. 초기 연구 단계지만 LCB84가 향후 계열 내 최고 약물이 될 수 있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LCB84는 현재 미국에서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ADC 강자'를 굳힌 리가켐은 최근 오리온의 유상증자로 자금 실탄이 확보된 만큼 신약개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리가켐은 이번 자금 유입과 기존 보유현금까지 약 7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박재경 하나증원 애널리스트는 "리가켐 파이프라인의 타깃이 다양해지고 있단 점이 중요"하다며 "초기 기술이전 전략에서 자체 임상 개발 전략을 통해 파이프라인 가치를 높이고 있다. 확보한 현금을 통해 공격적인 파이프라인 확보와 임상 진행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정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리가켐의 핵심 경쟁력은 베타-글루쿠론산분해효소(β-glucuronidase)에 의해 절단되는 자체 플랫폼 '콘쥬올'(ConjuALL) 링커"라며 "이 방식은 경쟁 상대인 절단성(Cleavable) 링커에 비해 안전성이 높다. 다케다제약·암젠 등과의 기술이전 계약에서도 콘쥬올의 혈중 안정성이 긍정적 평가를 받으며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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