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규제 완화 없던 일 되나...총선 야당 압승에 유통업계 '긴장'
21대 국회 처리도 사실상 어려워져...재입법 추진도 난항 예상
22대 총선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자 유통 업계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확대 등 각종 규제 완화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11일 관련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혀왔다.
지난해 8월 관련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법안소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유통법 개정으로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면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골목 상권을 지원하는 상생 방안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왔다.
당시 회의 속기록에 따르면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에 대해 "대형 유통업체들이 쿠팡이나 마켓컬리가 하는 걸 또 하겠다는 것"이라며 "의무휴업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대기업의 경쟁력은 훨씬 더 강화되고 소상공인들, 골목상권들, 편의점 이런 것은 다 경쟁력이 약화될 게 눈에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통 대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 여당이 객관적인 데이터 없이 밀어붙이려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당시 정부 측 인사로 참여한 장영진 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핵심 이해당사자인 소상공인들이 동의했고, (새벽배송) 지역에 있는 소비자들이 누리는 혜택을 조금이라도 받는데 동의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있냐"며 "이건 국민들이 규제를 풀어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유통법 개정안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국무조정실, 산업부, 중소기업벤처부, 슈퍼마켓연합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 정부와 중소 유통업계 단체는 대형마트 영업제한시간(오전 0시~10시) 및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되, 대형마트 온라인 플랫폼에 전통시장 상품 입점 및 온라인 배송 수익금 기금 조성 등 상생을 강화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유통법은 10년 이상 개정 논의가 표류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야당의 반대로 소위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야당 내부에서도 최근 유통시장 중심축이 이커머스(전자상거래)로 넘어간 만큼 대형마트에 집중된 영업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법 개정에 반대하는 기류가 우세하다.
21대 국회의 남은 임기를 고려할 때 유통법 개정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정부는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유통법 개정안을 정부 입법 형태로 발의할 계획이지만, 175석을 확보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190석 가까이 차지한 상황에서 법안 통과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새벽배송과 달리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변경하는 것은 해당 기초자치단체장 권한으로 가능하다. 이 때문에 최근 서울 서초구를 비롯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 지역이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에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규정한 유통법이 바뀌면 보다 빠른 시일 내에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바뀌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확산이 지연되면 주요 유통사 실적 개선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전국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모두 평일로 전환되면 이마트는 매출 3000억원·영업이익 780억원, 롯데쇼핑은 매출 1000억원·영업이익 250억원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대형마트 업체들은 새벽배송보다는 의무휴업일 변경에 관심이 많다.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게 훨씬 가시적인 효과가 기대되서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일요일이 평일보다 매출이 30% 이상 많다"며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은 실적 개선 측면에서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업계에선 유통법 개정을 정치적 차원에서 접근해선 안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현재 유통산업 중심이 쿠팡 등 이머커스로 옮겨갔고, 최근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며 "대형마트를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최소한 이들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다만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에선 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정치권이 중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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