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만에 최저 수준 엔화… 日 정부 시장 개입 시사

엔화 가치가 3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외환 시장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엔·달러 환율)은 153엔을 돌파했다.

11일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이날 오전 취재진과 만나 “외환시장 개입 여부와 별개로 모든 사태에 항상 대비하고 있다”면서 “반드시 특정한 수준을 염두에 두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도한 (환율) 변동은 국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도 이날 “과도한 움직임에는 모든 옵션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응하겠다”며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환율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간밤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보다 높게 나오자, 엔·달러 환율은 153.2엔까지 상승했다. 이는 1990년 6월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강해진 영향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연준이 조기에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줄어들어 엔화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본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견해도 엔화 매도를 뒷받침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지만,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완화적 금융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