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년] "지금도 아픈데"…닷새 뒤면 세월호 치료 지원 종료
[EBS 뉴스12]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가 다음 주에 10주기를 맞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상처는 좀처럼 옅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불안과 우울 등 정신적 문제가 심각한데, 이들에 대한 심리 지원은 닷새 뒤면 종료된다고 합니다.
서진석 기자가 그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알록달록, 오색 빛깔 꽃송이들을 종이에 붙이자, 새로운 생명이 탄생합니다.
세월호 유가족 동아리 '꽃마중'의 엄마들입니다.
10년 전 떠난 자녀들이 "꽃으로라도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꽃과 잎을 모아 장식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故 김건우 엄마
"그때 누가 그랬어요. 아이들이 예쁘니까 꽃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저희는 이걸로 아이들을 만나는 거예요. 아이들을 생각하고 아이들을 기리고 아이가 되는 거예요."
식음을 전폐하고 세상과 단절된 유가족들을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손을 내밀어준 건 지역사회 트라우마센터의 직원들이었습니다.
부모들이 거리에 나설 때면 함께 나갔고, 집에서 괴로워할 땐 끊임 없이 문을 두드렸습니다.
심리적, 정신의학적 치료도 지원했는데, 지난 10년간 천 건 넘는 치료를 지원했고, 지난해에도 만 건 넘는 유가족 사례를 관리했습니다.
인터뷰: 정해선 센터장 / 안산온마음센터
"물론 잘 지내는 분도 계시지만 많은 분이 지금도 많이 힘들어하고 (참사) 초기인 2014년, 2015년도보다는 그래도 심리적인 증상이 조금은 나아졌겠지만 그래도 계속 비슷한 그래프로 나타나거든요."
하지만, 참사가 있고 10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지난해 센터를 찾은 유가족 가운데 우울 증상을 보인 이들은 모두 66%로, 평균보다 5배나 높았습니다
또, 평가에 참여한 유가족 전원이 외상후스트레스를 겪고 있었고, 절반 이상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전문적인 치료가 절실하다는 의민데, 정신과 진료와 상담을 받은 사람은 참사 첫해 최소 299명으로 가장 많았고, 지난해에도 100명이 치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치료비 지원은, 이번 달로 끝나게 됩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지난 2015년 제정된 세월호피해자 특별법은 의료지원금을 지급하는 기간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뒀습니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제정한 시행령은 치료비 지원은 2016년 3월까지로 1년의 제한을 뒀습니다.
2017년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시행령을 고쳐, 지급 기간을 2024년까지로 연장했습니다.
21대 국회에선 의료비 지원에 제한을 풀고, 세월호 관련 구조 활동을 하다 부상을 입은 잠수사도 지원하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현수 교수 /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꼭 세월호뿐만이 아니라 이 사회적 참사에 관해서는 사회가 치유와 어떤 재활까지를 보장한다는 느낌을 줘야 피해자분들이 회복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미국은 2001년에 발생한 9.11 테러 피해자들의 의료비 지원을 2090년까지로 정해, 사실상 평생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생긴 마음 돌봄 센터가 생겼는데, 2013년 800여 명의 피해자가 이용하던 게, 2018년 1,700여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인터뷰: 故 이재욱 엄마
"10년이면 끝나잖아요. 지금이 딱 이제 그 심리 지원이 필요할 시기거든요. 이렇게 3년, 5년, 10년을 주기로 트라우마가 이렇게 가중되고 숨어 있던 게 드러나는 시기가 지금 시기인데…."
소중한 가족과 친구를 잃은 자리에 깊숙이 스며든 트라우마.
재난의 속병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인 심리 지원이 절실합니다.
EBS뉴스 서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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