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훈풍 불던 中, 안심 이르다… 다시 고개든 ‘디플레 공포’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4. 4. 1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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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3월 CPI, 전년比 0.1%↑… 전망치 하회
‘CPI 선행지표’ PPI도 18개월 연속 마이너스
부동산 침체·높은 실업률에 수요 여전히 빈약
피치, 中 국가신용등급 ‘부정적’ 하향 조정

중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며 또다시 마이너스 문턱에 섰다. 식품값 하락이 이번 물가 하락세를 주도하면서 소비자들이 여전히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올해 들어 수출과 제조업 경기 등 각종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였지만,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목표인 ‘5% 안팎’ 달성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1% 상승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이는 전월 상승률(0.7%)과 블룸버그통신의 시장 추정치(0.4%)를 모두 밑돈 수치다. 중국 월간 CPI 상승률은 지난해 10월(-0.2%) 이후 올해 1월(-0.3%)까지 넉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2월에 가까스로 벗어났는데, 또다시 마이너스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파란 선이 전년 동월 대비, 노란 선이 전월 대비 상승률./중국 국가통계국 캡처

식품·담배·주류 가격이 1.4% 떨어지면서 CPI를 0.4% 끌어내린 것이 이번 CPI 상승률 부진의 주요 원인이 됐다. 특히 식품 중 달걀과 신선과일 가격이 각각 8.9%, 8.5%씩 하락했다. 쌀에 버금갈 정도로 소비량이 많아 CPI를 좌지우지하는 돼지고기의 가격은 2.4% 떨어졌고, 소고기도 8.4% 하락했다. 의류(1.6%), 가전제품 등 생활 필수품 및 서비스(1.0%), 교육·여행(1.7%) 등 비식품 물가가 0.7% 올랐지만 전체 하락세를 막을 순 없었다.

이날 함께 발표된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2.8% 떨어졌다. 전월 상승률(-2.7%)보다 악화됐지만,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2.8%)에는 부합하는 수준이다. 공장 도매 물가로 CPI의 선행 지표로도 해석되는 PPI는 이로써 18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게 됐다.

CPI가 또다시 하락하고 PPI까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디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2월 CPI가 반짝 상승한 것은 춘절(설) 연휴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었을 뿐, 부동산 침체와 높은 실업률 등으로 인해 내수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는 것이다. 로이터는 “최근 몇 달간 중국은 자동차 대출 규정을 완화하는 등 가계 지출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는 고액 제품 구매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는 올해 들어 수출액과 산업생산, 제조업 경기 등이 살아나고 있었지만 물가 하락에 발목을 잡혔다. 가격 하락으로 기업 수익성이 떨어지면 기업은 투자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낮은 이익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계속 낮출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기다리면 상품이 더 저렴해질 것으로 보고 소비를 꺼리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블룸버그는 “이미 디플레이션이 최소 수개월간 지속될 수 있다는 신호에 건설자재 기업들은 가격을 낮추고 있고, 전기차 기업들도 공격적 할인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며 “최근 몇 주간 수출과 공장 활동의 활발한 데이터로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인 ‘5% 안팎’을 달성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제기됐지만, 취약한 내수는 이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보다 공격적인 부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시장 유동성 공급 조치인 은행 지급준비율과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당초 각종 경제 지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나면서 금리 인하는 하반기 이후에 기대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29일 인민은행은 중국 경제 회복세에도 유효 수요가 부족하고, 사회적 기대도 바닥에 있다며 유동성을 적절히 풍부하게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 10일(현지시각)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부동산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졌고, 공공 재정에 대한 위험도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12월 무디스 역시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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