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지지' 등에 업은 日…北이 거부한 북일 정상회담 전망은

전문가들 "북일, 회담 개최 입장 차 커…외교적 레토릭일 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건배를 하고 있다. 2024. 4. 1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 추진에 '공개 지지'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여전히 북일 대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지지'라는 정치적 카드가 더해지면서 북한의 입장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 이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번 만남을 계기로 북일 정상회담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음을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포함해 국제사회의 심각한 인권 및 인도주의 우려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우리의 동맹들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기회를 (모색하는 것을) 환영한다"라며 "나는 일본과 기시다 총리에 대한 신뢰가 있으며 우리가 그들(북한)과 대화를 모색하고 있는 만큼 그것은 좋은 일이고 긍정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 추진에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시다 총리는 그간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북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양국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물밑 접촉'을 하는 등 협의 채널을 가동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달 김여정 당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상 등을 통해 기시다 총리의 '러브콜'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북한은 2월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로 회담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자신들이 '전제 조건'으로 내건 납북자 문제와 북핵·미사일 개발을 의제로 올리지 말라는 요구를 일본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자 결국 퇴짜를 놨다.

그럼에도 기시다 총리는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공개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북한에 '고위급 접근'을 하고 있다고 재차 밝히기도 했다. 실질적인 접촉 여부와 무관하게 일본의 의지는 여전함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분석됐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재차 "일북 간 의미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고 역내 평화·안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기시다 총리는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수사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공동기자회견에서는 '여러 현안'이라고 언급했고, 앞선 CNN 인터뷰에서도 '미해결 문제들'이라고만 표현한 것이다. 북한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시다 총리의 대화 제의와는 별도로 북일 정상이 따로 만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전망을 내놨다. 일본 역시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 대화 제의를 하는 게 아니라 '숙원 과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레토릭' 성격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현재 (중국, 러시아와 밀착하는) 북한 입장에서 북일 정상회담은 메리트가 전혀 없다"라며 "일본의 입장에서는 납치자 문제를 의제에서 빼는 것에 대한 내부의 반발이 클 것이기 때문에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북한 입장에서 일본을 만나 받아 낼 반대급부라는 게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라며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이 힘을 실어줬다고 해서 실제 정상회담이 이뤄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관측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