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콰도르 갈등 ‘진원’ 에콰도르 전 부통령, 단식투쟁 중 자살 시도
양국 갈등 최고조···멕시코, ICJ에 에콰도르 제소
멕시코 대통령, ‘외교관에 총구’ CCTV 공개
최근 멕시코 망명을 시도했다가 에콰도르 주재 멕시코 대사관에서 체포된 호르헤 글라스 전 에콰도르 부통령이 체포에 항의하며 옥중 단식 투쟁을 벌이던 중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라파엘 코레아 전 에콰도르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응급 상황이 있었고, 우리는 그 상황이 자살 시도였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글라스는 (체포된 후)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며 현재도 단식 투쟁 중”이라고 밝혔다. 코레아 전 대통령은 각종 부패 혐의를 받다 현재 벨기에에서 망명 중이다.
앞서 지난 5일 멕시코 대사관에서 체포된 글라스 전 부통령이 체포 사흘 만인 지난 8일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보도가 나오며 논란이 인 바 있다. 일부 현지 언론들은 그가 음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병원에 이송된 글라스 전 부통령은 이후 의식을 회복, 이튿날 로카 교도소로 되돌아왔다. 글라스 전 부통령 측 소니아 베라 변호사는 “그가 체포에 항의하며 교도소에서 계속 단식 투쟁 중”이라고 밝혔다.
에콰도르 경찰은 지난 5일 수도 키토에 있는 멕시코 대사관의 출입문을 부수고 강제 진입, 그곳에 피신해 있던 글라스 전 부통령을 체포해 큰 외교적 파장을 일으켰다.
2013~2018년 좌파 정부 시절 부통령을 지낸 글라스는 횡령 혐의로 체포될 위기에 놓이자 지난해 12월 멕시코 대사관으로 피신했다. 그는 자신이 현 정권에 의한 “정치적 탄압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멕시코에 망명을 신청했다.
대사관 내 체포로 인한 외교적 파장도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외교 공관은 치외법권으로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라 각국이 이를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즉각 에콰도르와 국교 단절을 선언하는 등 자국 대사관 강제 진입에 강하게 항의했다. 멕시코 외교관들은 본국으로 철수했고, 지난 8일엔 ‘주권 침해’를 이유로 에콰도르를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중남미 국가들도 한목소리로 에콰도르를 규탄했다. 미국과 스페인도 “빈 협약 위반”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전날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에콰도르 군인과 경찰의 대사관 습격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는 등 양국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영상에는 무장한 군인과 경찰관이 대사관 문을 부수고 멕시코 외교관에게 총구를 겨누며 위협하는 모습이 담겼다. 멕시코 외교관이 에콰도르 경찰에 제압당한 채 여러 차례 바닥에 내던져지는 상황도 녹화됐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비열하고 권위주의적인 공격”이라며 “이 영상은 보안 카메라로 녹화한 것 중 일부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글라스 전 부통령의 신병 인도를 멕시코가 거부해 왔고, 지난 5일 망명을 승인하면서 강제 진입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국가 안보와 법치를 보호하기 위해 내린 예외적인 결정”이라며 “에콰도르는 모든 국가와 국제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world/america/article/202404071638001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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