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삼성이 찜한 K-슬립테크 '에이슬립', 위기설 딛고 재도약

최태범 기자 2024. 4. 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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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립테크(수면기술) 분야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에이슬립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재도약에 나선다. 기술력이 충분히 성장한 만큼 이제는 연구개발(R&D)이 아닌 사업화에 총력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11일 에이슬립에 따르면 이번 구조조정에 따라 70여명이던 인력이 현재 30명 이하로 줄었다. R&D 사업부를 정리하며 고정비를 감축해 비용을 크게 절감했고, 지난해 4분기부터 현재까지 5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하며 기업을 빠르게 정상화했다는 설명이다.

2020년 설립된 에이슬립은 복잡한 수면다원검사를 모바일로도 가능하게 할 만큼 수면 측정·분석 기술을 고도화했다. 카카오벤처스, 삼성벤처투자, 인터베스트, 하나은행 등이 투자사로 참여한 가운데 시리즈B 단계까지 18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모두 연구개발(R&D)에 쏟아부으며 글로벌에서도 인정받는 기술력으로 끌어올렸다. 실제로 수면의 질을 확인할 수 있는 앱 '슬립루틴'은 애플·구글·삼성·아마존 등이 개발한 수면 측정 기기들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다.
기술력은 최고 찍었지만 수익화는 부진

에이슬립의 기술은 침대 옆 사람이나 반려동물, 바람 소리가 들어가도 수면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한다. 하지만 기술 수준에 비해 수익화는 부진했다. 최근 3년간 적자 규모가 △2021년 18억5794만원 △2022년 78억3031만원 △지난해 116억8150만원으로 지속 증가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사업 방향성과 경영방식 쇄신을 놓고 공동창업자들 간 갈등이 있었다. 일각에선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기존 이동헌 대표가 키를 쥐고 계속 팀을 이끌어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에이슬립은 단순히 수면을 측정·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들의 수면 데이터를 다른 기업에 도매로 판매하는 것이 핵심 사업모델이다. 이 데이터는 헬스케어·금융·보험 등 여러 영역에서 기업들이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근간이 된다.

에이슬립 관계자는 "의사들은 7~8시간 자는 것이 좋다는 천편일률적인 시간을 제시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어느 정도 덜 자고, 더 자는 것이 좋은지 각기 다르다"며 "사람마다 다른 최적의 수면을 찾아주고 수면을 변화시키는 것이 에이슬립의 지향점"이라고 했다.

에이슬립은 현재 15개 이상의 기업에 기술 공급을 확정하며 빠르게 B2B 고객을 늘려 나가고 있다. 전자제품 제조사를 비롯해 대형 보험사와 증권사 등 다양한 기업들이 에이슬립의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들의 수면과 관련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에이슬립의 수익구조도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에이슬립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첫 제품 출시 이후 5억5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연내 20억원 이상의 매출이 보장됐으며 올해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상반기에 50억 추가 확보, 매출 창출 본격화

해외에서의 활약도 기대감이 커진다. 에이슬립은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된 오픈AI와의 협업 프로그램에 선정돼 GPT와 슬립테크를 결합, 이용자의 건강한 수면을 돕는 'AI 수면 비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IT 기업인 리얼라이즈(Realize Innovations)와 업무협약을 맺고 일본 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소프트뱅크 내 AI 조직과는 일본수면학회 발표와 관련한 협업에 나섰다.

에이슬립은 현재 다수의 투자자들과 상반기 내 50억원 이상의 추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를 사업화의 원년으로 삼아 본격적인 매출 창출에 나서는 해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동헌 대표는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기술력을 95점까지 올려놓고 96~97점으로 만드는데 너무 힘을 썼다. 90점만 넘어도 사업화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을 간과했다"며 "캐시플로우(현금흐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실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사 확보를 통해 연내 손익분기점(BEP) 돌파, 하반기 해외 진출까지 사업 전선을 크게 확장할 것"이라며 "B2B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의료 영역으로도 사업을 넓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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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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