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불식시킨 KIA 네일의 호투…고심하고 또 고심한 영입 이야기 [SS 비하인드]

황혜정 2024. 4. 1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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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심재학 단장 뚝심
KIA 전력분석팀 분석
선수 본인의 공부
KIA 투수 코치진 노력
전 파트가 합심해 만든 작품
KIA 제임스 네일이 3연속경기 호투하며 KBO리그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 KIA 타이거즈


[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정말 고심하고 또 고심했어요.”

현 시각 KBO리그 평균자책점(ERA) 1위는 KIA 제임스 네일(31)이다(10일 기준). 3경기 선발 등판해 ERA 0.47이라는 어마무시한 경기를 했다. 19이닝 동안 사사구는 한 개도 내주지 않았고, 삼진은 23개를 솎아냈다. 자책점은 단 1점. 솔로 홈런을 허용한 것 뿐이다.

KIA 네일의 영입이 발표됐을 때, 반응은 호의적이지 못했다. 프로에 와서 선발로 뛴 경험이 없고, 지난해 메이저리그(ML) 세인트루이스에서도 불펜으로 그닥 좋은 성적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KBO리그 시범경기에서도 3경기 등판해 ERA 5.23을 기록하며 우려는 더해졌다. 그러나 네일은 보란듯이 정규시즌에서 대활약하며 KBO리그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KIA의 네일 영입 비하인드를 들어봤다.

KIA 관계자는 11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정말 많은 선수를 지켜봤고, 고심하고 고민해서 네일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다른 구단들이 하나 둘 씩 외국인 투수를 발표하는 동안 우리는 한 명도 영입하지 않았다. 타 구단에 영입된 선수들도 사실 우리 구단 리스트에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외국인 투수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알기에 정말 고심해서 지켜보고 선발하려 했다”고 돌아봤다.

속도가 나지 않는 영입 작업에도 직원들이 조바심을 내지 않게 다잡은 사람은 바로 KIA 심재학 단장. 관계자는 “심 단장님의 역할이 컸다. 발표가 늦더라도 제대로 된 선수를 뽑자고 하셨다. 또 단장님께서 부임 후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통해 바꾼 외국인 선수 선발 시스템을 통해 전 파트가 합심해 네일을 데려왔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스템 하에 전력분석팀은 지난해 ‘외국인 투수 실패’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역대 KBO리그에서 성공한 외국인 투수들을 모조리 분석해 등급을 나눴다. 그리고 성공한 A급 선수들이 어떤 특장점이 있었는지 역으로 추적해갔다. 그렇게 레이더에 걸린 게 윌 크로우와 네일이다.

이범호(왼쪽) KIA 신임감독이 심재학 KIA 단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 KIA 타이거즈


이 과정에서 KIA 전력분석팀 김성민 프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관계자는 “구단에 새로 합류한 김성민 프로가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크게 4가지 부분으로 선수를 분류해 세부 스펙을 모조리 확인했다”고 전했다.

당시 KIA가 주목했던 건,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네일의 ‘스위퍼’가 아닌 수평 무브먼트가 뛰어난 커브와 좌타자 상대로 던지는 커터, 체인지업. 관계자는 “스위퍼도 다른 구종이 다 뛰어나야 잘 활용될 수 있다. 제2구종, 제3구종 등 구종가치를 체크했을 때, 네일의 다른 구종들도 모두 훌륭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선발 경험이 부족했던 것에 대해선 “대학 시절 선발로 뛰었기 때문에 선발로는 무리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ML 40인 로스터 안에 들었다면 충분히 구위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수 본인의 노력과 현장의 도움도 컸다. 관계자는 “네일은 영리한 선수다. 영입 전 선수의 성격, 인간관계 등 백그라운드까지 다 체크했는데, 항상 ‘공부하는’ 선수라는게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KBO리그에 와서도 시범경기 성적이 좋지 못하자 계속 공부해 문제점을 찾고 고쳐나갔다”고 밝혔다.

KIA 정재훈 투수코치가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네일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 KIA 타이거즈


현장의 KIA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진도 네일을 적극 도왔다. 관계자는 “네일이 시범경기 때 난타를 맞자, 코치진이 네일과 심리상담, 기술적인 재접근 등을 하며 열성적으로 지도했다. 두 코치진이 네일이 리그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덧붙였다.

아직은 네일이 ‘성공’했다고 평하고 싶지 않다는 관계자는 “이제 3경기만 뛰어 조심스럽다. 지금까진 잘해줬지만, 150이닝 이상 던진 뒤 평가받아야 한다. 또 혹서기 때 네일이 어떻게 던지는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제 나머지 9개 구단에서 네일을 집중 분석하기 시작할 때다. KIA와 네일도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관계자는 “타 구단들의 전력분석이 뛰어나다. 우리도 대비를 해야 한다. 언젠가는 한 번 네일이 위기에 직면할텐데 피칭 디자인을 재정비 하는 등의 개선을 통해 지금 성적이 유지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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