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마운드의 ‘살림남’ 구승민의 2군행, 잠시 찍은 쉼표 기간 동안의 기다림

김하진 기자 2024. 4. 1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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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구승민. 정지윤 선임기자



지난 10일 롯데 투수 구승민의 1군 말소 사실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구승민은 말소되기 전까지 6경기에서 2.2이닝 9실점 평균자책 30.38을 기록했다.

아웃카운트를 좀처럼 잡지 못했고 2개의 홈런을 포함해 11개의 안타를 맞았다. 5개의 사사구는 물론 4차례 폭투도 저질렀다. 여러모로 예년답지 않은 활약이었다.

청원고-홍익대를 졸업한 구승민은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52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이후인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했다. 2018년은 64경기에서 73.2이닝을 소화하는 등 가장 많은 부름을 받기도 했다.

그 해 14홀드로 데뷔 후 첫 두자릿수 홀드를 거뒀던 구승민은 2020시즌에는 20홀드의 고지에도 올랐다. 지난해까지 4시즌 연속 20홀드를 기록했다.

이렇게 꾸준함을 자랑한 결과 지난해에는 굵직한 기록들도 많이 세웠다.

지난해 7월 26일에는 잠실 두산전에 구원 등판해 통산 100번째 홀드를 달성했다. 1982년 원년팀인 롯데에서 최초로 나온 기록이다. 리그 전체로 보면 역대 15번째에 해당했다.

롯데 구승민. 정지윤 선임기자



8월31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시즌 20홀드를 올리며 4년 연속 20홀드 기록을 이어갔다. 이 기록은 리그 역대 두번째다. 은퇴한 안지만이 2012년~2015년 기록한 데 이어 구승민이 명맥을 이었다.

구승민은 2024시즌을 마치고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롯데는 2024시즌 연봉 계약에서 이들을 향한 믿음을 표하면서 ‘방어’를 했다. 구승민은 2억 4860만원에서 2억140만원이 인상된 4억5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인상률이 81%에 달했다.

기록에서도 그간 보여준 기량들이 충분히 드러나 있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구승민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

구승민은 ‘단짝’ 김원중과 함께 마운드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다.

김원중이 주로 엄격한 ‘가장’의 역할을 한다면 구승민은 따스하게 ‘살림남’의 역할을 한다.

후배 선수들이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고 농담을 할 정도로 편하게 생각하는 선배이자 가장 조언을 많이 구하는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강판되는 롯데 구승민.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젊은 투수들은 ‘선배들이 어떤 조언을 해주느냐’는 물음에 반드시 구승민의 이름을 언급하고는 한다. 그만큼 후배들을 알뜰살뜰히 챙긴다. 마운드 분위기를 알아서 잡아주는 덕분에 구단에서도 특별히 터치할 일이 없다.

그런데 이 중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즌 첫 등판인 3월24일 SSG전부터 0.1이닝 3안타 1홈런 1볼넷 3실점했을 때까지만해도 단순 부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실점이 이어지면서 팀의 큰 고민으로 떠올랐다. 올시즌 등판한 6경기 중 한 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실점했다. 일단 마운드에서 자신감을 잃은 모습이 역력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더이상은 지켜볼 수 없었다. 보직을 바꾸는 등의 변화를 줬지만 구승민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고 결국 2군행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일단 심리적으로 한 차례 숨돌릴 시간을 준 것이다.

구승민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가을야구를 향한 각오를 강하게 다진 선수 중 하나다. 그는 “진짜 한번 해보자, 해야 된다라는 생각이 든다. ‘팔 갈아서라도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매년 들었음에도 더욱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롯데에게 구승민은 여러모로 필요한 존재다. 롯데 동료들은 물론 구단에서도 구승민이 그동안 팀을 위해 공헌한 것을 잘 안다. 구승민이 부진할 때에도 그를 향한 비난의 소리보다는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더 컸던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구승민은 팀의 필승조를 맡은 후 쉼없이 계속 달려왔다. 최근 4시즌 동안 평균 66경기를 소화해왔다.

롯데 불펜은 신예 전미르 등이 합류하면서 다시금 재편되고 있지만 여전히 경험의 힘은 필요하다. 롯데로서는 8회 구승민-9회 김원중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구승민이 휴식 시간 동안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고 돌아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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