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방어선’에 막힌 ‘야권 200석’…부산 샤이보수 똘똘 뭉쳤다

김광수 기자 2024. 4. 1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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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조국 부산행, 되레 ‘보수결집’ 자극
민주 17 대 1 참패…8~10석 기대 뒤집고 1석 챙겨
국민의힘 부산지역 후보들이 10일 저녁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제22대 총선 출구조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낙동강 방어선은 견고했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선 부산에서의 참패가 뼈아팠다. 전국적인 정권심판 여론에 힘입어 내심 8~10석까지 기대의석을 높였지만, 그나마 갖고 있던 3개 의석 가운데 2개를 국민의힘에 뺏겼다. 말 그대로 참패다.

국민의힘은 부산의 지역구 18곳 가운데 17곳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은 1곳에 그쳤다. 민주당의 부산 현역 3인방인 전재수(북구갑)·최인호(사하구갑)·박재호(남구) 가운데 전재수 의원만 살아남은 것이다. 2008년 총선 당시 확보한 의석수와 같다. 16년 전으로 후퇴한 것이다. 당시 유일한 민주당 쪽 당선자는 조경태(사하구을) 현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17 대 1’이란 부산의 선거결과에 놀란 것은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이런 결과는 예상 못 했다. 4년 전 총선 때처럼 ‘샤이보수’의 대결집이 이뤄진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쪽도 “민주당 쪽 후보의 인물경쟁력이 예전보다 좋아 긴장했었다. 여론조사 지표도 마냥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았다. 압승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시민들 역시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연제구에서 민주·진보당 단일후보를 찍었다는 김아무개(53·사업)씨는 “민주당이 1석에 그쳐 놀랐다. 그동안 부산도 많이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과거의 보수 텃밭으로 돌아간 듯해서 실망스럽다”고 했다. 수영구에서 정연욱 국민의힘 후보를 뽑았다는 박아무개(60·남천동)씨는 “개헌 저지선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는 생각에 주변 친구들까지 똘똘 뭉쳤다. 그래도 민주당 1석은 놀랍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북구을 후보가 11일 새벽 당선이 확정되자 꽃다발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박 후보는 개표율 70%까지 뒤처지다 막판 역전에 성공했다. 연합뉴스

지역발전을 위해 민주당의 3선 현역의원을 심판했다는 이도 있었다. 사하구 주민 박아무개(55·하단동)씨는 “2016년과 2020년 선거 때 내리 민주당 의원에게 표를 줬다. 그런데 8년 동안 바뀐 게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 현역의원은 현수막과 휴대폰 문자로 자기 업적 홍보하는 데만 골몰해 회초리를 들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씩 엇갈렸다. 전략컨설팅그룹 ‘창’의 석종득 대표컨설턴트는 “민주당 현역의원 3명 모두 지역 아젠다를 발굴하지 못하고 개인플레이만 했다.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문제만 하더라도 민주당이 먼저 제기한 것인데 이번 선거에선 국민의힘이 이 이슈를 주도했다”며 ‘전략 부재’를 패배 요인으로 짚었다. 부산지역 사정에 밝은 정치컨설턴트 ㄱ씨도 ‘전략 부재’를 민주당의 패배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정권심판론 대세인데, 역풍이 우려된다고 심판론을 전면에 안 걸고 인물경쟁력과 지역공약을 강조하는 ‘골목 선거’로 치르려고 했다. 안 그래도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여당도 아닌 야당이 이런 선거를 치르려고 했으니 패배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막판 지원에 대해선 ‘보수 결집’에 명분을 제공하는 부정적 효과가 컸다는 게 중론이었다. 차창훈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산의 유권자들이 연령대가 높아서 국민의힘이 유리한 점도 있었지만, 부산 출신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여러 차례 부산을 방문한 것도 역풍을 불러온 면도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턴트 ㄱ씨 역시 “심판론 분위기에 보수층이 위축돼 있었는데, 문 전 대통령이 지지 방문을 하고, 양문석 등의 도덕성 이슈까지 겹치면서 보수층에 결집할 계기와 명분을 줬다”고 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일인 10일 오후 부산 북구갑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당선이 유력하자 아내와 함께 꽃다발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전반적인 민주당의 득표율을 보면 이 지역이 뚜렷하게 보수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진단도 나왔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지난 총선처럼 막판 위기감에 의한 보수 정서 표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민주당 의석수는 줄었어도 득표율 기준으로는 접전지역이 많아져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진단도 가능하다”고 했다. 진시원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역시 “4년 전 부산 민주당의 득표율이 40%대 초반이었는데 이번에 40%대 중반으로 약진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략과 구도를 잘 짜고 정책과 인물경쟁력을 높이면 기회의 창이 열릴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김광수 김영동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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