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유격수 2명이 21세 동갑내기…국민 유격수의 행복한 교통정리 시작된다
[OSEN=부산, 조형래 기자] 말 그대로 행복한 고민의 시작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현재 젊은 선수들이 주축으로 활약 중이다. 오재일, 강민호 등 베테랑들이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구자욱, 김헌곤 등 다른 베테랑들이 타선을 주도하고 유망주들이 타선을 뒷받침 하고 있다. 특히 주전 유격수로 나서고 있는 김영웅(21)은 거포 유격수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물금고를 졸업하고 지난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입단한 김영웅은 현재 15경기 타율 3할1푼(58타수 18안타) 3홈런 11타점 OPS .919를 기록 중이다. 출루율 3할8푼5리, 장타율 .534로 뛰어난 생산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10일 사직 롯데전에서 5타수 4안타(1홈런) 2타점 1볼넷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날 삼성은 0-4로 끌려가다가 끈질기게 추격한 끝에 10-7로 역전승을 거두며 4연승을 달렸다. 역전승 과정에서 김영웅은 ‘숨은 영웅’이었다. 3-4로 추격하던 6회 1사 1루에서 우선상 2루타를 때려내면서 1사 2,3루로 기회를 증폭시켰다. 이후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8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김영웅은 중전안타를 치고 나가며 기회를 만들었다. 무사 만루 기회가 이어졌고 김호진의 병살타 때 홈을 밟았다. 5-7까지 따라 붙었다.
9회초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중전안타를 치면서 3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득점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영웅은 이날 경기의 완전한 마침표를 찍었다. 연장 10회 김재혁의 희생플라이로 8-7로 만든 상황. 계속된 2사 1루에서 박진의 초구 143km 패스트볼을 걷어올려 우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쐐기포로 개인 첫 4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경기 후 김영웅은 “타석에 들어설 때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원래는 내가 투수에게 속는다는 느낌이 컸는데 요즘은 내가 치는 공은 어차피 스트라이크, 못 치는 공은 볼이라는 생각으로 한다”라며 “타이밍을 앞에 놓고 자신 있게 스윙하려고 한다. 마지막 타석에 들어갈 때는 오늘 워낙 잘 맞았기 때문에 무조건 친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직구가 아닌 건 버리고 몸에서 가까운 직구가 오면 무조건 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딱 원하는 코스로 공이 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 짜릿했다. 개인 성적보다 연패 후 다시 연승이 안 끊기고 있어 기분 좋다. 앞으로도 계속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라면서 사자군단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삼성은 김영웅 뿐만이 아니라 또 한 명의 21세 거포 유격수를 보유하고 있다. 바로 이재현(21)이다. 이재현은 2022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입단한 뒤 김영웅보다 먼저 주전의 길을 밟았다. 신인 시즌이던 2022년 75경기 타율 2할3푼5리(230타수 54안타) 7홈런 23타점 OPS .597로 1군에 연착륙했다. 그리고 2023년 주전 유격수로 도약해 143경기 타율 2할4푼9리(458타수 114안타) 12홈런 60타점 OPS. 708의 성적을 남겼다. 20세 이하의 유격수 가운데 10홈런 이상을 기록한 역대 5번째 선수가 됐다. 1988년 빙그레 장종훈(12개), 2010년 LG 오지환(13개), 2015년 넥센 김하성(19개), 2022년 김주원(10개)을 기록한 바 있다. 이재현은 거포 유격수의 길을 탄탄대로 밟아가고 있다.
이재현은 지난해 시즌 내내 자신을 괴롭힌 왼쪽 어깨 탈구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왼쪽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았다. 지난 겨울 동안 착실하게 재활에 매진한 이재현은 당초 예상됐던 복귀 시점인 6월보다 훨씬 빠르게 복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재현은 현재 퓨처스리그에서 재활 경기를 소화하고 있고 지명타자로 감각을 익히는 단계를 지나, 수비 감각까지 익히고 있다. 타격감은 더할나위 없다. 5경기 타율 5할6푼3리(16타수 9안타) 3타점 4득점 OPS 1.338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만약 이재현이 돌아오게 되면 김영웅과 교통정리는 불가피하다. 두 선수 중 한 명이 유격수 자리에 포진하고 나머지 선수는 3루에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두 시즌 동안 1군에서 유격수로 경험치를 쌓은 이재현이 유격수 자리에 포진할 가능성이 높지만 김영웅의 향후 활약에 따라 어떤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
행복한 교통정리다. 경쟁과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야진 뎁스는 탄탄해진다는 점. 박진만 감독은 “지금 엔트리에서 내야가 부족한 상황인데 이재현까지 돌아오면 내야진이 탄탄해진다. 타격 보다는 수비 쪽 감각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수비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어야 한다”라면서 이재현의 복귀 계획과 복귀 효과를 설명했다.
21세 거포 유격수를 2명이나 보유한 삼성의 유격수 자리는 미래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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