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총선 결과, 노동공약 살펴보니…

백승현 2024. 4. 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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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김동욱 변호사의 '노동법 인사이드'


제22대 총선과 관련, 주요 정당의 노동공약을 살펴보고자 한다. 공약을 통해 제시된 내용들은 현재 노동시장에서 중요한 이슈들이기도 하고, 총선 이후에 입법과 정책 영역에서 논쟁의 주제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공통적으로 제기된 공약인 '정년연장'이 주목된다. 연장방식은 현행법상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식과 현행법상 정년은 그대로 두면서 계속고용제도 활성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정년연장을 실현하겠다는 방식이 대립되는 것으로 보인다. 정년연장에 관한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고, 총선 이후에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수급연령과 정년연령의 괴리,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 인구의 계속적인 감소 등으로 인해 정년연장 자체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년을 연장함에 있어서는 그 방식의 선택이 중요하며, 근로자와 기업의 입장을 두루 고려하고 경제주체들의 수용가능성을 감안하여 방식을 설계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해당 논의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진행하겠다는 공약의 내용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이미 중소기업 현장에는 인력부족으로 촉탁직 근로자 채용이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년연장의 실질적인 영향이 크게 미치는 대상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일 가능성이 높다.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한 공약도 공통적으로 발표되었다. 다만 그 방식은 당마다 조금씩 다르다.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의 신청권자, 기간, 대상자녀 연령을 확대한다고 한다.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단축, 배우자출산휴가를 근로자가 신청하면 자동으로 개시되는 제도 도입도 제안됐다. 배우자출산휴가, 난임치료휴가, 가족돌봄 휴가 및 휴직의 기간확대 및 자녀돌봄휴가 신설도 제안되었다. 또한 이러한 제도를 사용하는 근로자에 대한 국가의 지원도 확대한다는 내용도 있다. 최근 저출산으로 인해 국가소멸 경고등까지 켜진 것을 고려하면,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한 공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국가의 급여제도 등이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한 재정확보 등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근로기준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근로시간 공약이다. 근로시간 의무기록제를 도입하고 포괄임금 금지를 근로기준법에 명문화하여 공짜노동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근로시간 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업무지시를 금지하고, 11시간 연속 휴식제를 도입하여 근로자들의 휴식을 보장하겠다고 한다. 근로시간은 국가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미 많은 제조업체들이 규제를 피해 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른 근로시간 규제는 생산활동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휴가제도 개혁도 논의되고 있다. 연차휴가 저축제도를 도입하고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를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공약이 실현되는 경우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보상금으로 대신하려는 실무상 관행이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초단시간근로자에게도 연차휴가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은 초단시간근로자들은 근로시간이 짧아 휴가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연차휴가 산정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초단시간근로자들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중소 영세사업장에 특히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특고, 간접고용노동자, 소규모 사업장 종사자, 플랫폼노동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공약도 발표되었다. 동일가치노동동일처우 법제화,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금지, 상시·지속업무와 생명·안전업무 등에 대한 정규직 채용 원칙 제도화, 원청의 협력업체 변경시 후속 협력업체로의 고용승계, 특고·플랫폼노동자를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용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하여야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제도와 최저보수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모든 노무제공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도 추진된다. 우리 사회에서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필요하나, 그 구체적인 보호방안은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 노동관계법 체계와의 충돌 여부, 실질적인 실현 여부, 도입을 위해 법개정이 필요한지 여부 등도 면밀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근로기준법 개정 등을 통한 근로자 보호강화 공약도 있다. 상시근로자 5인 미만 기업에게도 일률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겠다는 당도 있고, 특정 제도(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공휴일 제도 등)만을 확대적용하겠다는 당도 있다. 현행법이 5인 미만 기업에게 근로기준법의 특정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소규모 기업들의 열악한 사정을 감안하였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것이 매우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자칫 자영업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고, 준수할 수 없는 사업주에게 법을 준수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결국 우리 사회의 을과 을의 대립으로 귀착되는 것을 목도한 바가 있다. 다만 공약의 공통사항인 공휴일과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의 5인 미만 기업에 대한 적용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산업안전보건 체계 변화도 발표되었다. 산재예방시스탬을 선진화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대상을 모든 노무제공자로 확대하여 특고나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등에 대한 안전보건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다른 한편 규제 위주에서 탈피하고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미흡한 중소기업 맞춤형 안전보건체계를 마련하도록 돕겠다는 제안이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산업안전보건은 법개정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분야이고, 현재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중심으로 논쟁이 진행 중이다. 총선 후 어떠한 방향으로든 산업안전 체계에 대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규제보다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산업안전체계를 고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을 통해 노동조합을 보호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다가 폐기된 소위 '노란봉투법'을 다시 추진하여 노동관계법상 사용자 및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고 노동조합의 노동기본권 행사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를 제한하겠다는 공약이 눈에 띈다. 이와 더불어 현행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개정하여 초기업단위 교섭을 활성화하고 단체협약 효력확장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이러한 이슈들은 오래 전부터 인구에 회자된 내용으로 실제로 시행될지는 다소 미지수이나, 시행되는 경우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지형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이슈이므로 기업들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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