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21년 만에 철수…1등 손보사는 왜 '방카'에서 발을 뺐나 [금융가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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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손해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가 올해부터 은행을 통한 보험 판매 채널, 방카슈랑스를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에 판매한 상품만 관리하고 신규 영업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건데요.
보험사가 자발적으로 판매 채널을 줄이는 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인데 업계 선두 주자의 철수인 만큼 시장 영향이 주목됩니다.
삼성화재의 방카슈랑스 철수를 둘러싼 자세한 이야기, 금융부 류정현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국내에 방카슈랑스 언제부터 시작됐죠?
[기자]
방카슈랑스는 쉽게 말하면 은행 창구에서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2003년 8월부터 도입이 됐는데요.
전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은행에서 보험 가입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보험사 수익원도 넓힌다는 취지였습니다.
현재 5대 시중은행들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합쳐서 약 30곳 정도와 방카슈랑스 판매 제휴를 맺고 있습니다.
말씀하셨다시피 삼성화재가 올해부터 이 방카슈랑스 채널, 다시 말해 은행 창구에 더 이상 보험상품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건데요.
약 21년 만의 철수입니다.
삼성화재보다 앞서서는 흥국화재와 메리츠화재가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습니다.
[앵커]
삼성화재는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겁니까?
[기자]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지난해부터 보험업계에 새 국제회계제가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에서 파는 보험인 만큼 예·적금 기능이 있는 저축성보험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요.
과거 회계제도에서는 이 저축성보험이 매출로 잡혔지만, 새 제도부터는 부채로 계산됩니다.
보험사 입장에서 봤을 때 매력이 뚝 떨어진 겁니다.
그럼 저축성이 아닌 보장성 상품을 더 적극적으로 공급하면 되지 않냐 이렇게 보실 수도 있는데요.
사실 손해보험사가 주력으로 하는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은 물론이고 변액보험, 종신보험은 방카슈랑스로 판매가 금지돼 있습니다.
결국 팔아봤자 손해인 데다 별다른 돌파구도 없으니 이 채널에서 철수하고 투자할 만한 곳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다만 삼성화재는 베트남 법인 등 해외에서의 방카슈랑스는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그런데 대형사 삼성화재의 철수로 은행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비이자이익 찾기에 혈안인 은행들은 방카슈랑스를 주요 타깃 중 하나로 삼았었습니다.
최근 홍콩 ELS 사태로 투자상품 판매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 대안으로 떠올랐던 건데요.
지난해에는 방카슈랑스 도입 20주년을 맞아 은행연합회가 세미나를 열기도 했고요.
국민은행은 최근 방카슈랑스 상품 라인업을 정비했고, 신한은행은 방카슈랑스 전체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업계 1위 삼성화재의 신규영업 중단 선언으로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겁니다.
여기에 '25%룰'이라는 규제까지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 더 난감합니다.
해당 규제는 전체 판매에서 특정 보험사 비중이 2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인데요.
그간 손해보험사 중 은행에 실제로 상품을 공급하고 있는 데가 5곳 정도였는데, 삼성화재가 빠지면서 4곳으로 줄게 됐습니다.
규제를 지켜야 해서 고객들이 가입을 원해도 보험을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마저 우려됩니다.
[앵커]
생명보험업계는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생명보험업계는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우선 방카슈랑스에서 주로 판매되는 저축성보험 자체가 원래 생명보험사들의 주력상품입니다.
은행과 시너지가 나는 방카슈랑스 채널을 쉽게 놓기는 어렵고요.
또 생명보험사 상품 중에는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과 같이 보험료를 오랫동안 내고 만기 때 큰돈을 환급받는 상품이 많아 유동성 관리가 필수적인데, 방카슈랑스가 이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지난 2022년 기준으로 생명보험 가입 경로 중 방카슈랑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8.7%인데요.
10년 전 10.8%보다 8%p가량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업계가 2.3%에서 2.1%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 목소리도 나오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앞서 언급했던 '25%룰'부터 손을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이전부터도 이 규제 때문에 경쟁이 제한되고 소비자 상품 선택권이 침해받는다는 말이 많았는데요.
삼성화재 철수로 손해보험사 상품에서는 이 규제를 지키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지는 상황까지 맞게 됐습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비슷한 이유로 카드사에서 판매하는 보험인 '카드슈랑스'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했는데요.
한 카드사에 상품을 공급하는 보험사가 4개 이하일 경우 특정 보험사 상품 비중을 50%까지 가져갈 수 있게 해줬습니다.
[앵커]
또 다른 규제 완화로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던데, 어떤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실손과 자동차, 변액, 종신보험도 방카슈랑스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방카슈랑스는 시장 안정성을 위해 취급 가능한 상품을 단계적으로 넓혀왔는데 아직 이 네 상품까지 허용되지는 않았습니다.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방카슈랑스 채널의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겁니다.
다만, 보험설계사들의 반발로 쉽지는 않은 상황인데요.
이 때문에 지난 2008년 한 차례 추진됐다가 무기한 연기된 바도 있습니다.
보험대리점, 이른바 GA의 확대로 설계사 입지가 더 넓어진 요즘의 보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쉽게 풀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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