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가계대출 5조↓, 두달 연속 줄어… 은행은 1년만에 감소세 전환

부동산 시장 회복 더딘 게 원인
스트레스DSR로 대출 인식 억제… 신생아 특례대출 영향 크지 않아

가계대출 증감 추이/그래픽=이지혜

가계대출이 두 달 연속 줄었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약 5조원 감소했다. 은행권 가계대출도 1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부동산 시장 회복이 지연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부터 통계에 잡혔던 신생아 특례대출은 가계대출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월 중 가계대출이 4조9000억원 줄어 전월(1조9000억원) 대비 감소 폭이 확대됐다고 11일 밝혔다. 가계대출은 2월과 3월 두달 연속 감소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12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1조6000억원 줄었다. 1조9000억원 증가했던 2월과는 대조적이다.

3월 중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5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월(3조7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됐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주담대 증가 폭이 전월 대비 많이 축소된 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주담대 증가분은 2월에 4조7000억원이었지만 지난달에는 5000억원에 불과했다.

은행권 주담대 증가가 둔화한 건 디딤돌·버팀목 대출이 지난달 중순까지 주택도시기금 재원으로 집행돼서다. 실제로 2월의 주택도시기금 주담대는 3조4000억원 증가했지만 3월에는 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인 기타대출도 은행권(2조1000억원)과 제2금융권(2조8000억원)에서 모두 줄면서 가계대출 감소에 기여했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3조3000억원 줄었다. 상호금융(2조4000억원)과 보험(2000억원)은 전월 대비 감소 폭이 축소됐다. 여신전문금융사(4000억원)와 저축은행(3000억원)은 다소 확대됐다.

가계대출 감소세는 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지속됐다. 2월에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1조9000억원 줄었다.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 만에 첫 잔액 감소였다. 당시 설 상여금 유입 등 계절적 요인으로 가계대출이 반짝 줄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우려와 다르게 감소세를 이어갔다.

두달째 가계대출이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은 길어지는 고금리 환경과 이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회복 지연이다. 2월 설 상여금 유입 등 계절적 요인으로 가계대출이 반짝 줄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가계대출 관리는 당분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주택도시기금 재원으로 취급된 디딤돌·버팀목 대출의 실적을 포함해도 3월 가계대출은 여전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도 가계대출을 억누르는 데 기여했다.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스트레스 DSR은 상반기 가계대출 한도를 2% 내지는 4% 정도만 감소시키는 수준이다. 제도 시행으로 인해 대출자의 인식이 높아지는 뉴스적인 효과가 더 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부턴 신생아 특례대출도 가계대출 통계에 잡혔다. 지난 1월 말 신청을 받았는데 약 3주 만에 신청액 3조원을 돌파했다. 가계대출 관리에 악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다행히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간 신생아 수가 30만명 밑으로 떨어졌고, 신생아 대출을 받는 사람은 지난해 1월1일 이후 출산한 가구"라며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는 모수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되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주택시장·금리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