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견 구하는 시민단체 '카라'에서 벌어진 '이전투구'

정희원 2024. 4. 1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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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취임 후 3년간 활동가 75% 그만둬
이레적 노조 설립 ‘대표가 위원회 독식’
노조 측 ‘노조 와해 컨설팅까지‘ 주장
전 대표 측 ‘모두 허위 사실’ 반박


개 식용 금지법 통과되는 정국을 막후에서 이끈 것으로 평가되는 국내 대표 동물단체 '카라'가 노사 간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설립된 노동조합이 2021년 취임한 전진경 대표가 '단체를 사유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내부 경영 문제와 노동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노조를 세웠다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전 대표를 비롯한 사측은 노조의 모든 주장이 '억측'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11일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카라는 2~3년전부터 동물권 이슈가 급물살을 타면서 국내 최대 시민단체로 성정했다. 올해 후원금을 포함한 전체 운영 기금이 65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카라의 정기 후원회원은 1만 8000명 수준으로 대표 메이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의 후원회원(1만 5000명)보다도 많다.

카라는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한 '개 식용 금지법' 개의식용목적의사육·도살및유통등종식에관한특별법)에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전국의 곳곳의 불법 개 도살장 등을 직접 방문 촬영해 현장을 알린 활동이 사회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카라는 전진경 대표의 왕국"

그러나 카라 내부에는 시민단체 답지 않은 비 민주적 운영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카라 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일반노조)에 따르면 카라 전진경 대표는 인사·사업·홍보 등 사내 모든 주요 조직의 의장을 맡고 있다. 후원금 집행 결정, 직원 채용 등 단체의 모든 현안에 전 대표가 전권을 쥐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활동가들의 자발적 참여와 민주적 조직문화에 기반한 시민사회단체 운영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카라 활동가들은 입을 모아 2021년 전 대표 취임 이후 '일방적인 일 처리'가 지속됐다고 토로하고 있다. 카라의 활동과 예산 지출 등 모든 사업이 전 대표의 관심에 휘둘려왔다는 것이다. 퇴사한 한 활동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 개나 고양이 구조 활동은 적극적으로 임하는 와중에 공장식 축산의 문제를 알리는 중요한 전사적 캠페인이 한순간 축소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내 주요 결정권을 사실상 독점한 전 대표의 일방적인 전횡에 활동가들의 '퇴사 러시'가 이어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 대표가 2021년 취임한 뒤 카라를 떠난 활동가는 44명에 달한다. 이는 카라 상근활동가 정원(60명 내외)의 73% 규모다. 퇴사한 전직 활동가들은 입 모아 "자발적으로 연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깎아가며 활동가의 길을 택했지만 돌아오는 건 존중이 아닌 전 대표에 '일방적 조직운영과 지시'였다"고 했다.

퇴사한 활동가들은 전 대표가 활동가들에게 "이슈를 만들어내야 한다", "활동가들이 일을 안 해서 이슈를 선점하지 못하고 후원이 적다", "카라가 첫 케이스를 만들어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하며 동물권 보호라는 단체 활동의 목적보다 구체적인 성과와 수치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한다. 동물 보호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한 모습에 적지 않은 활동가들이 실망했다는 전언이다. 

 '입틀막' 표적 징계...노조 와해 시도

이들은 전 대표가 '반대 목소리'를 없애기 위해 활동가들을 부당하게 징계했다고도 여기고 있다. 오래 전 대표의 사유화 반대 목소리를 내 오던 2명의 간부급 활동가(김나연, 최민경)를 지난해 징계한 게 대표적 사례라는 설명이다. 카라의 한 활동가는 "활동가에 대한 정직 수준의 징계는 2005년 단체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당사자인 두 활동가는 전 대표가 주도한 징계가 노조 활동을 막기 위한 '표적 징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주도로 설립된 카라 노조가 작년 8월 민주노총에 가입한 뒤, 징계절차가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사유는 근무 태만 등 20가지가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 도살장 실태 알림 방송 중 대표를 제대로 촬영하지 않았다'와 같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 대표가 위원장을 맡는 카라 내 인사위원회는 사내 표창·징계·채용·직무 변경 등 대부분 권한을 가지고 있다. 위원 5명 중 3명을 전 대표가 뽑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 퇴직 활동가는 "전 대표가 위원장으로 있는 다른 위원회도 마찬가지의 구조라 견제 장치가 없다"고 했다.

2명의 활동가는 지난달 2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접수했다. 노조는 구제신청 접수에 맞춰 지난 2월 27일 서울 사직동 정부청사 앞에서 전 대표의 단체 사유화 문제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카라 노조 설립 등 내부 갈등이 지속되자 전 대표는 '조직문화 컨설팅' 카드를 꺼냈다. 내부 갈등으로 얼룩진 카라의 조직문화를 개선하겠다며 1억 2500만원 상당의 고액 컨설팅을 한 업체에 의뢰해 진행 중이다. 시민단체가 고액의 컨설팅을 받는 게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활동가들은 컨설팅이 진행되며 조직 문화가 더 나빠졌다고 토로한다. 비정규직 채용이 올해부터 많아져서다. 

일례로 구조한 동물들을 돌보는 '사회화행동팀' 활동가들의 정규직 정원(20명)은 현재 절반 이상 3개월짜리 단기 계약직으로 채워진 상태다. 컨설팅이 진행되며 해당 정원은 모두 계약직으로 바뀔 예정이다. 직원들은 늘어난 단기 계약직 때문에 직원들의 입사와 퇴사가 반복되며 조직 문화가 더 나빠졌다고 꼬집었다. 

지난 1월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카라 노조 팩트체크'라는 계정이 만들어져 노조 주장을 반박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해당 페이지에는 민주노총 산하 카라 노조에 '가입한 활동가들은 카라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보다 내 이권을 중요시한다', '대표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 자신들이 경영 일선에 서기 위한 목적으로 노조 활동을 한다' 는 내용의 게시글을 지속해서 올리며 노조 주장에 대응했다. 하지만 카라 측은 '해당 계정은 카라의 공식 계정이 아니'라는 게시물을 홈페이지에 올린 상태다.

시민단체의 노사 갈등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선기 민주노총 일반노조 사무국장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아도 기꺼이 일할 의지가 있는 활동가들이 민주노총 산하로 들어온 건 외부 도움 없이는 조직 내부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도 특별한 주체이기에 앞서 임금을 받는 한명의 근로자라는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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