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4년 만에 문 닫는다…“우주정책 공백 불가피”

이종현 기자 2024. 4. 11. 11: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주청 출범 앞두고 기능 중복 지적에 폐지 결정
사업 일몰 기간 1년 앞두고 조기 종료
우주청 출범해도 한동안 제 기능 어려워…정책 연구 공백 우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우주항공청 채용설명회 모습. 우주항공청은 5월 말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정원을 모두 채우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 와중에 우주정책 싱크탱크인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가 조기 폐지되면서 정책 연구 기능의 공백이 불가피해졌다./연합뉴스

정부의 우주정책 싱크탱크인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SPREC)가 4년 만에 문을 닫는다. 새로 출범하는 우주항공청과 역할이 중복된다는 지적에 사업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종료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내달 출범하는 우주항공청이 당분간 제 역할을 하기 힘든 상황에서 대책 없이 센터의 문을 닫기로 해 우주정책 마련에 한동안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산하의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를 6월 말 문 닫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출범 4년 만의 조기 종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우주항공청이 우주정책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센터는 사업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는 정부의 우주개발 계획을 지원할 정책 전문가 조직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2021년 출범했다. STEPI 뿐만 아니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조황희 센터장과 안형준 정책연구팀장 외에도 여러 명의 연구원이 활동했다.

당초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는 ‘2+3년’으로 5년의 사업 기간을 가지고 출범했다. 예정대로면 2025년까지지만, 사업 자체가 축소되면서 센터도 조기 종료로 가닥을 잡았다.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가 출범할 당시 국회에서 일몰 사업으로 센터를 시작하면 법적 기반이 없어 안정적인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우주개발진흥법을 개정해 정책과 관련한 연구기관도 전문기관에 지정할 수 있게 해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우주항공청 출범이 결정되면서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와 기능과 역할이 중복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우주항공청이 국가 차원의 우주항공 분야 연구개발(R&D) 기능과 역량을 모은다고 밝힌 만큼 우주정책 싱크탱크인 우주정책연구센터도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밝힌 우주항공청 소속기관에서 우주정책연구센터가 빠지면서 센터의 역할과 존폐 여부를 놓고 다양한 전망이 나왔고, 결국 폐지로 결론이 난 것이다. 센터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예산이 대폭 축소되고 사업이 사라지면서 폐지 수순으로 가고 있었다”며 “외부 연구기관에서 파견 온 인력은 순차적으로 소속 기관으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우주항공청이 우주정책 기능을 맡는 만큼 센터가 없어도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주정책 분야의 전문가들은 우주항공청이 출범하자 마자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센터를 대책 없이 폐지하는 건 섣부르다고 지적한다. 우주정책 분야의 한 전문가는 “우주항공청이 5월 말 출범한다고 하지만, 우주정책 분야의 연구원은 기껏해야 한두 명 수준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고, 조직이 제 모습을 갖추려면 적어도 1년을 필요할 텐데,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던 센터를 바로 폐지하는 건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내부에서는 사업기간 변경 이후 센터 운영 방식의 전환을 고심 중이다. 안형준 정책연구팀장은 “센터를 STEPI 내부 기관화하거나 우주항공청 신규 신규 지원 사업으로 전환하여 기능을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국내 우주 분야 인력풀이 한정된 상황에서 몇 년 동안 연구 기능을 수행한 센터의 전문 인력을 우주항공청이 흡수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조황희 센터장을 비롯해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직원들은 센터 해체 후 새로운 일자리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우주분야 전문가는 “우주정책연구센터가 전 정권에서 만든 조직이라는 이유로 우주항공청에 연결하기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주항공청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라도 검증된 전문 인력을 허비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