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新난민협정 가결… ‘7일 이내 생체 인식’ 등 수용 절차 강화

난민 밀집 피하려 분배 규제 도입
1명당 2만유로 지원땐 거부 가능

유럽의회가 8년간의 논쟁 끝에 유럽행 난민을 더 엄격히 규제하는 새 난민 협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일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여전히 반대 입장을 표시하고, 일부 내용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아 실제 시행까지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

10일 유럽의회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본회의를 열고 이민·난민 협정과 관련한 5개 법안을 찬성 300표, 반대 270표(평균치)로 가결했다. 새로운 이민·난민 협정에 따르면 EU에 들어오려는 난민들은 7일 이내에 얼굴과 지문 등 생체 인식을 등록해야 하고, 보안 검사를 받게 된다. 지문 채취 대상 연령은 현재 14세에서 6세로 낮아진다. 안보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난민의 경우 최장 6개월간 구금된다. 또 튀니지, 모로코, 방글라데시 등 난민 승인율이 20% 미만인 국가 출신의 난민들에게는 난민 심사가 12주 내에 진행되는 패스트트랙이 적용된다. 또 이들은 EU 입국이 허용되지 않고 국경에 설치된 수용소에 수감된다. EU는 국경 지역 회원국에 난민이 몰리는 상황을 고려해 다른 회원국들도 난민을 수용하는 ‘의무적 연대 메커니즘’도 도입했다. 다만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회원국은 난민 1인당 2만 유로(약 2900만 원)를 내도록 했다.

이날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은 X를 통해 “역사가 만들어졌다”며 “우리는 EU에서 이주와 망명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강력한 입법 틀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EU 회원국들은 시리아 내전 등으로 난민이 폭증하자 기존 더블린 조약을 대체할 새 규정을 논의한 끝에 지난해 12월 협정을 타결했다. 이날 통과된 협정은 회원국 최종 동의와 각국의 관련 법률 개정을 거쳐 2년 안에 시행된다. 하지만 일부 회원국들의 반대가 여전하다. 폴란드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가장 많이 수용한 만큼 난민 재분배 과정에 예외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X에 “이번 협정은 관에 못을 박는 결정타”라며 반발했다. 인권침해 논란도 제기된다. 이날 방청석에 있던 시위대가 생체 인식 등록과 강제 구금 내용 등은 인권침해라고 항의하면서 표결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