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포럼] 바다 건너 '한국'

이수정 국립창원대 명예교수(철학자) 2024. 4. 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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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국립창원대 명예교수(철학자) = 한국에 대해, 특히 그 국제적 위상에 대해 관심 없는 한국인이 있을까? 특히 최근에는 BTS를 필두로, 기생충, 오징어게임, 미나리 등 넓은 의미의 한류가 국제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은 일약 '문화적 총아'로 떠오르기도 했다.

게다가 2023년에는 미국의 <유에스 뉴스& 월드리포트> 가 22년도 전 세계 종합국력 순위를 발표하면서 우리 한국을 (프랑스와 일본을 제친) 세계 6위에 올려놓아 우리의 자부심을 한껏 드높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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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데뷔 10주년을 맞아 해외 팬들의 방문과 엔데믹이 맞물려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 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과 나들이객으로 붐비고 있다. 뉴스1 DB

(부산ㆍ경남=뉴스1) 이수정 국립창원대 명예교수(철학자) = 한국에 대해, 특히 그 국제적 위상에 대해 관심 없는 한국인이 있을까? 특히 최근에는 BTS를 필두로, 기생충, 오징어게임, 미나리 등 넓은 의미의 한류가 국제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은 일약 '문화적 총아'로 떠오르기도 했다.

게다가 2023년에는 미국의 <유에스 뉴스& 월드리포트>가 22년도 전 세계 종합국력 순위를 발표하면서 우리 한국을 (프랑스와 일본을 제친) 세계 6위에 올려놓아 우리의 자부심을 한껏 드높여주기도 했다. 각종 지표를 보면 군사력도 세계 6위 경제력도 대략 세계 10위 정도로 평가되는 모양새다. 명실상부 선진국이다.

지난 세기 후반부터 소위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무수히 많은 국민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해외를 나가 보았고 더러는 외국의 주민으로 생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런 경우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라는 것이 더욱 민감한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거기가 소위 강대국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미국·유럽·중국·러시아·일본은 우리 한국을 어떻게 바라볼까?

나라를 잃고 일본의 비참한 식민지로 전락했던 20세기 초는 말할 것도 없고 독립 후인 1940년대, 전쟁 후인 1950년대도 우리는 세계 바닥권이었다. 그러던 것이 1960년대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발전했고, 심지어 외국으로부터 ‘한강의 기적’이라는 평가도 듣게 되었다.

비교적 최근인 2020년대엔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이 우리를 일컬어 공공연히 ‘부자 나라’라 지칭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는 서방 최고 선진국 그룹인 G7에 여러 번 초청되면서 은근히 G8을 기대하기도 한다. 엄청난 변화라 아니할 수 없다.

일반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하나 소개한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외국인 중국 이야기다. 서울 바로 옆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산동성 성산두(山东省威海市荣成市成山镇) 풍경구 해안에 거대한 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거기 전 공산당 총서기였던 후야오방(胡耀邦)의 휘호가 새겨져 있다. <감여인국인구비고저敢与邻国邻区比高低>. '감히 이웃나라들과 그 높낮이를 비교해 본다'는 뜻이다.

두 이웃은 한국과 일본이다. 거기엔 이런 해설이 붙어 있다. “1984년 가을 후야오방이 성산두를 시찰했을 때 말했다: 바다 건너편에는 일본과 한국이 있다. 저들은 모두 우리의 우호적인 이웃 국가이다. 비록 저들의 나라는 작아서, 어떤 것은 우리의 성이나 지역보다 크지 않지만, 그들의 발전은 우리보다 강하다, 당신네 이곳은 매우 영기가 있다. 개혁개방을 잘하고, 야망을 세우고 큰 뜻을 세우며, 용감하게 사람을 앞서갈 수 있다면, 반드시 먼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중국은 사람들이 패기와 능력이 있어서 가까운 장래에 저들을 따라잡고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격려하기 위하여 붓을 든다 : 감히 이웃나라들과 고저를 비교한다!”

한-일에 대한 선망과 지도자였던 그 자신의 기개가 느껴지기도 한다. 1984년이니 한중수교(1992) 이전이다. 그로부터 30년 이상이 지났다. 지금 사정은 어떠한가. 알다시피 당시 가난하고 뒤처졌던 중국은 그의 말대로 어느샌가 한국은 물론 일본도 제치고 최강인 미국을 위협하는 G2로 성장했다.

우리는? 알다시피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 분열이 극을 치닫고 있다. 추락이니 곤두박질이니 하는 단어가 섬뜩하게 가슴에 얹힌다. 우리를 밟고 가는 것이 중국만은 아니다. 인도도 있고 브라질도 있고 멕시코도 있고 남아공도 있고….

줄줄이 뒤쫓아 오고 있다. 대오각성이라는 말이 철학자의 입을 근질거리게 만든다. 깃발을 높이 내걸 필요가 있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일본이든 또 어디든 해외에 나가서 멋있는 데를 구경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돌아와 SNS에 자랑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저들이 ‘바다 건너 한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런 것도 유심히 살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 평가는 보도에 있는 것처럼 절대 그렇게 달콤하지만은 않다. 우리는 ‘더 높이 더 멀리’ 올라가고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수정 국립창원대 명예교수

victiger3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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