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협력 균열 우려에도…바이든, ‘북-일 정상회담 추진’ 공개 지지

박민희 기자 2024. 4. 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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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에서 10일(현지시각)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 추진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북-일 접근이 한·미·일 협력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북-일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일본의 움직임에 동력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뒤 바이든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과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고위급 협의를 계속하겠다”며 정상회담 추진 입장을 재확인했다. ‘여러 현안’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의미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일 정상회담 추진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 이슈를 논의했다”면서 “북한이 (일본인) 납치 문제의 즉각적 해결을 포함해 인권과 인도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는데 우리는 둘 다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의 동맹국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기회를 (갖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나는 일본과 기시다 총리에 대해 믿음이 있으며 나는 그들(북한)과의 대화 모색은 좋고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일이 실제로 정상회담까지 나아가기에는 걸림돌이 많아 보이지만,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각국의 동상이몽 위에서 물밑 외교와 기싸움은 치열하게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일 교섭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일본이다. 기시다 총리는 퇴진 위기 수준인 10~20% 지지율로 고전하는 정치적 위기를 반전시킬 카드로 북-일 정상회담 성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 국내 정치에서 영향력이 큰 납북 피해자 가족들도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정상회담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완화하려는 것도 일본의 중요한 목표다.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은 ‘북한과 정상회담을 통해 북-러 밀착으로 인한 안보 위협도 해결할 수 있다’며 미국을 설득해왔다고 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두 개의 전쟁’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한반도 위기까지 더해지지 않도록 일본을 통한 한반도 긴장 관리에 나서려는 뜻으로 북-일 외교를 지지하고 있다.

현재 북-일 교섭 국면을 먼저 시작한 것은 북한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한국을 배제하고, ‘북·중·러’ 연대의 모습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일본을 통해 미국과 접근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의 북-일 교섭은 약 2년 전 북한의 주도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한국, 미국과 상황을 공유하고 소통한다는 조건으로 북-일 접촉을 지지하는 뜻을 밝히고 있다.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상실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현재, 일본은 납치자 문제 해결과 핵미사일 문제를 북-일 협상에서 반드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북한은 이 두 가지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어 북-일이 정상회담까지 실제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지난달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도 대화 의제에서 납치, 핵미사일 문제를 내려놓게 하려는 북한의 전술로 보인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일본은 납치와 핵미사일의 포괄적 해결을 아베 정부 때부터 계속 주장해 왔다. 기시다 총리가 평양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고도 그와 관련한 성과가 없다면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양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북-일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시기는 8월 이후가 될 것이라면서, “한-일 관계가 진정하게 개선되었다고 하려면 일본이 북-일 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진정으로 공조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창수 전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북한은 2002년 고이즈미 방북 이후 납치 문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일본에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납치 문제에 대해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일 협력에 균열을 내는 정도로 움직이겠지만, 북한이 현재 상황에서 전면적으로 북-일 수교를 향해 나서는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남북관계를 관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일 대화가 현재의 긴장 상황을 관리하는 데 도움은 된다”면서도 “일본이 한국과 상황을 제대로 공유하고 전략적 논의를 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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