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공격적인 주루해야" 지적받고 첫 결장, 대체자가 '3안타 2도루'로 펄펄 날았다... SF 7-1 완승 [SF 리뷰]
샌프란시스코는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오라클 파크에서 펼쳐진 2024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 워싱턴 내셔널스와 홈 경기에서 7-1로 승리했다. 이로써 워싱턴에 스윕패를 면한 샌프란시스코는 5승 8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에 머물렀다.
이날 이정후는 처음으로 휴식을 취했다. 개막전부터 12경기 연속 1번·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타율 0.255(47타수 12안타) 1홈런 4타점, 출루율 0.315 장타율 0.340 OPS 0.655를 기록했다.
경기에 앞서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은 "샌프란시스코가 시즌 초반 개선해야 할 3가지 영역이 있다"면서 그중 하나로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도루 부문 메이저리그 꼴찌였다. 10일 경기까지도 유일하게 도루가 없는 팀으로 올해도 굴욕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고 속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는 피치 클록과 베이스 크기 확대 등을 통해 도루 활성화를 꾀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한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27·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홀로 73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는 팀 도루 57개로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79승 83패로 서부지구 4위에 머무는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올해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경기 전까지 팀 도루 0개로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유일하게 도루가 없는 팀이었다. 신시내티 레즈와 워싱턴 내셔널스가 각각 23도루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앞선 두 경기에서도 샌프란시스코는 워싱턴에 7개의 도루를 허용해 경기를 내줬다. 아직 도루가 없는 리드오프 이정후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리드오프는 많은 출루도 중요하지만, 도루로 상대 진영을 휘젓는 것이 필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MLB.com은 "타이로 에스트라다가 지난해 23도루로 팀에서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했으나, 출루에 어려움이 있어 그 주력을 뽐낼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이정후는 KBO리그 7년간 한 시즌 13도루 이상을 한 적이 없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평균 이상의 주력을 활용해 앞으로 루상에서 조금 더 공격적이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도 MLB.com과 인터뷰에서 "도루로 리그 1위를 하지 못하더라도 (적극적인 도루로) 상대 수비에 조금 더 압박을 각할 필요가 있다"고 분발을 요구했다.
공교롭게도 이정후가 결정한 첫 경기에서 멜빈 감독이 바라던 과정과 결과가 나왔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오스틴 슬래터(우익수)-윌머 플로레스(1루수)-마이클 콘포토(좌익수)-호르헤 솔레어(지명타자)-맷 채프먼(3루수)-톰 머피(포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닉 아메드(유격수)-타일러 피츠제럴드(중견수)로 타선을 구성했다. 선발은 요르단 힉스.
이에 맞선 워싱턴은 C.J.에이브람스(유격수)-레인 토마스(우익수)-제시 윙커(지명타자)-조이 갈로(1루수)-에디 로사리오(좌익수)-트레이 립스콤(3루수)-루이스 가르시아 주니어(2루수)-드루 밀라스(포수)-제이콥 영(중견수)으로 타순을 꾸렸다. 선발은 패트릭 코빈.
이정후 대신 중견수로 나선 피츠제럴드가 9번 타순임에도 상대 내야를 휘저으며 리드오프 역할을 했다. 0-1로 뒤진 2회 말 샌프란시스코는 2사 1루에서 아메드의 중앙 담장을 직격하는 3루타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피츠제럴드는 좌전 1타점 적시타로 2-1 역전을 만들었고 이때부터 주루 쇼가 시작됐다.
피츠제럴드는 슬래터의 타석에서 2루와 3루를 연거푸 훔치며 순식간에 2사 3루 득점권 찬스를 창출했다. 슬래터의 타구는 유격수 에이브럼스에게 잡히는 내야 땅볼이었으나, 3루에 있던 덕분에 가볍게 홈을 밟아 추가점을 만들었다. 1루에 안주했다면 없었을 득점이었다.
피츠제럴드의 빠른 발은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샌프란시스코가 3-1로 앞선 5회 말 아메드의 안타, 피츠제럴드의 2루타로 무사 2, 3루가 만들어졌다. 플로레스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1타점이 나왔고 콘포토의 우익수 방면 적시타 때 2루에 있던 피츠제럴드는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샌프란시스코의 5-1 리드.
6회 말에는 채프먼이 적극적인 주루를 통해 추가점을 만들었다. 선두타자로 나서 안타로 출루한 채프먼은 머피의 타석에서 2루를 훔쳤고 에스트라다의 뜬 공 타구에 3루까지 진루했다. 순식간에 3루에 도달한 채프먼은 아메드의 중전 안타 때 홈을 밟아 6-1을 만들었다.
이후 피츠제럴드가 안타를 추가하고 웨이드 주니어가 1타점 적시타를 추가하면서 샌프란시스코는 7-1 대승을 거뒀다. 홈런 하나 없이 물 흐르는 듯한 타선의 흐름과 적극적인 주루의 효과가 극대화된 경기였다.
이정후는 2017년 KBO리그에 데뷔한 이후 줄곧 상위 타선에 배치됐다. 그러나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메이저리그 진출 후 본격적으로 클린업에 들어서며 도루 대신 타점 생산에 집중했다. 그 탓에 데뷔 때부터 이어지던 이정후의 두 자릿수 도루도 2021년 10개에서 끊긴 상황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이정후는 다시 리드오프의 중책을 맡았다. 장타력이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대신 평균 이상의 주력과 뛰어난 콘택트 능력으로 리드오프가 더 잘 어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스타일의 변화가 필요한 가운데 이날 피츠제럴드는 3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 2도루로 빠른 발로 팀 공격을 이끌며 이정후에게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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