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총선 참패 책임’ 한동훈 전격 사퇴…한덕수-이관섭 ‘사의’
상황실 퇴장 16시간 만에 당사 출근
‘전략적 후퇴’ 해석…“당권 경쟁력有”
국무총리·용산 고위 참모진 사의 표명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서정은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11일 오전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한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들도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그는 “민심은 언제나 옳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에 부족했던 우리 당을 대표해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며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저부터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야당을 포함한 모든 당선자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국민의 뜻에 맞는 정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함께 치열하게 싸워주고 응원해준 동료시민 여러분과 사랑하는 당원 동료들, 당선되지 못한 우리 후보들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울먹였다.
전날 오후 6시10분쯤 개표상황실을 퇴장한 한 위원장은 약 16시간 만인 이날 오전 10시15분쯤 당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입었던 빨간색 옷이 아닌, 검은색 정장에 짙은 회색 넥타이를 맨 그는 말없이 사무실로 향했다. 그는 전날 범야권 의석이 200석에 달한다는 출구조사를 본 직후 “국민의힘은 민심의 뜻을 따르기 위한 정치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출구조사 결과가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내놓고 개표상황실을 퇴장한 바 있다.
개표 결과 국민의힘은 출구조사 전망을 소폭 웃도는 총 108석을 얻었다. 지역구 90석, 비례대표 18석으로 21대 총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얻은 103석보다 5석 늘어난 수준이다. 당시 통합당을 탈당해 당선된 무소속 후보 4명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난 총선보다 단 1석 늘어난 결과다.
당 내에서는 한 위원장이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사실상 ‘원톱’ 체제로 치러진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그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우세했다. 한 위원장의 비대위원장직 수락 당시부터 이어진 ‘정권심판론’을 극복하는 데 끝내 실패했다는 것이다.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 임기(6개월)를 채울 것이란 전망도 일부 있었지만, 한 위원장은 이번 선거 결과를 ‘참패’로 인식하는 당 주류 시각을 감안해 사퇴를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소한 120석 이상은 얻었어야 한동훈 위원장이 사퇴를 하지 않을 명분이 있었다”고 했다. 120석은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 저지선이다.
한 위원장의 사퇴는 차기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둔 ‘전략적 후퇴’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한 위원장 역시 이날 ‘정치를 계속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저는 제가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총선 전략·전술 면에서 세련되지 못한 부분은 분명히 있었지만, 탄핵저지선을 지키며 선전한 부분이 있다”며 “당권에 도전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이 실장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한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외교안보실을 제외한 비서실장, 정책실장 등 수석급 전원은 총선 결과에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선거 참패 원인과 관련해 “대통령께서는 선거 시작 전부터 어떤 결과 나오든 그동안 국정수행에 대한 국민의 평가라고 생각한다”며 “그 결과에 대해서도 저희들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야당이 다수당인만큼 야당과 협조, 소통에 나설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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