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압승' 의대 2천명 증원도 변곡점 맞나…연금·노동·교육 개혁은?
연금 개혁, 소득 보장 강화안 힘 실릴 듯
근로시간 개편 등 노동 개혁 전망 불투명
교사 반발 '늘봄학교', 속도 조절 불가피
[서울=뉴시스] 구무서 고홍주 김정현 이태성 수습 기자 = 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면서 두 달 째 이어지고 있는 의료 공백 사태에도 변곡점이 생길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과거 2000명이라는 숫자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한 만큼 증원 규모 조정을 바탕으로 한 의료계와의 대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3대 개혁 중 하나인 근로시간 개편을 골자로 한 노동개혁은 근로기준법 개정 사안으로, 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해 속도조절이 불가피해졌다. 교육개혁 중 정부 주도로 물량을 늘려왔던 늘봄학교 역시 속도조절 가능성이 나오고 있고 대학 등록금 인상 허용과 같은 민감한 정책은 추진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의료계 대화 가능성 커져…연금개혁, 소득 보장 힘 받을 듯
야당의 총선 승리로 2000명 조정과 의료계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총선 후 특위 구성 이전에 정부가 의료대란 수습에 앞장서야 한다. 2000명이라는 숫자에 대한 집착부터 버리고 합리적인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간 의료계 반발과 의료 공백에도 불구하고 의대 증원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던 정부가 기존 2000명 증원 방침을 철회하거나 조정한다면 결국 '총선용'이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윤 정부의 3대 개혁 중 하나인 연금 개혁은 현재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에서 공론화 과정이 진행 중이다. 가장 관심을 받는 모수개혁은 '보험료율 12% 인상 및 소득대체율 40% 유지'와 '보험료율 13% 인상 및 소득대체율 50% 인상' 등 2개 안으로 도출돼있다.
공론화위는 시민대표단 500명이 참여하는 네 차례 토론회를 통해 숙의 과정을 거친 후 결과를 정리해 연금특위에 보고하고, 연금특위는 이를 바탕으로 21대 국회 임기 전까지 연금개혁안을 완성할 예정이다.
노동개혁 속도조절 불가피…근로시간 개편 등 난항 예상
우선 고용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 개편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근로시간 개편은 근로기준법 개정 사안으로, 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고용부는 일부 업종·직종에 대해 현행 주52시간 근로시간을 유연화하는 내용으로 개편을 추진하되,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 개편 방향을 '개악'이라며 반대하고 있고 이 대표도 "정부가 겨우 정착된 주 52시간 노동을 되돌리려고 주 69시간 제도로 퇴행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사회적 대화도 험로가 예상된다. 노사정은 경사노위 본위원회 가동에 합의하면서 근로시간을 비롯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정년연장·재고용 등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은 없지만 지난 4일 열릴 예정이었던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원회'에 노동계가 갑작스럽게 불참을 선언해 연기되는 등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여기에 야당과 노동계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거부권을 행사했던,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재추진을 예고해 또 다른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선거과정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 "22대 국회에서 민주당과 한국노총 등 노동사회진영이 함께하는 연대체를 구성해 연내 입법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尹 심판"에 늘봄학교도 흔들…사립대 구조개선 지원도 불투명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대폭 확대된 늘봄학교는 여야 공감대가 있는 만큼 속도를 조절하거나 방향이 수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힘을 줘 왔던 것처럼 빠른 도입과 확대보단 교사들과 야당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 학부모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의 정책이라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다. 하지만 여당이 학교 중심으로 당초 계획보다 1학기 운영 학교 물량을 전체 절반까지 늘리며 교사들의 반발을 샀다.
야당은 공교육 정상화를 강조하면서 온동네 초등돌봄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참여해 돌봄 인력과 공간을 확보한다는 정책인 만큼 '늘봄학교 백지화'가 아닌 이상 정부도 수용할 여지가 있다.
이재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정책본부장은 "늘봄학교는 입법 문제가 남아 있다"며 "지난 정부에서도 온종일특별법을 제정하려 했고 이번 정부도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 견제가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야권에서 추진 자체를 반대하는 교육감 선거 러닝메이트제(시도지사와 공동 출마)나 사학법인 '먹튀' 논란이 있는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사학구조개선법)'은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송기창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사학구조개선법은 교육부 마음대로 추진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결국은 타협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 가면서 여당에서 추진하려 하겠나"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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