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추진 동력 약화되나"…저PBR주 전망은
"기대감 지속…조정 시 매수 기회 활용해야"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범야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추진 동력 약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전문가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밸류업 수혜주로 꼽혀온 저PBR(순자산비율) 기업들의 주가 역시 주춤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11일 증권가에 따르면 제22대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둠에 따라 정부·여당이 추진했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총선 후 입법을 전제로 추진하던 정책들에 대해 모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총선은 여당이 불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개표 결과 여야간 격차는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면서 "밸류업 정책 모멘텀 상실은 불가피해 보이며 5월 이후 밸류업 정책은 예정대로 이어지겠지만 주가를 부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도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동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조세특례제한법), 자사주 소각시 법인세 감면(법인세법) 등 세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특히 "총선 패배로 인적 쇄신 필요성이 제기된다면 그간 밸류업 정책을 이끌었던 금융당국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밸류업 대표 수혜주로 꼽혀온 금융·자동차 등 저PBR주들의 주가 역시 당분간 주춤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초부터 고공행진을 이어온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2월13일과 지난달 11일을 고점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코스피 금융업 지수도 지난달 22일 장중 472.34의 최고가를 찍은 뒤 현재는 410선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이날 오전 9시30분 기준으로도 KB금융, 신한지주, 삼성생명, 하나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삼성화재 등 대부분의 대형 금융주가 2~5% 안팎의 약세를 기록 중이다. 현대차, 기아 등은 하락 출발했지만 현재는 소폭 상승세로 전환했다.
다만 정부 정책 모멘텀이 약해지는 이 시기를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부가 5월까지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대감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정부 정책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도 "다만 한국 주식시장의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양당 간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 이미 지난달 말 이후 정책 모멘텀 약화 가능성이 주가에 선반영된 상황에서 추가로 관련주의 변동성이 나타난다면, 오히려 이는 매수 기회"라고 조언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저PBR 업종이 반도체, 바이오처럼 증시 전체를 견인하는 주도 업종으로 격상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은행, 자동차, 증권 등 주요 저PBR 업종의 주가가 지난달 고점 대비 10~20%이상 급락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을 해소했다. 기관의 수급도 비어있는 등 주가 상 진입 매력이 부각된 시점이라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한편으로는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중기 방향성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한지영 연구원은 "세법·상법 개정 등이 필요한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의 전체적인 추진력은 약화될 수 있겠으나, 그 안의 핵심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연속성은 유효하다"면서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주요 정책 결정자들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주요 기업들과 간담회를 거치면서 의견 수렴을 하고 있으며, 최종 가이드라인도 5월로 앞당겨지는 등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작업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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