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야권에…재계 부담 낮출 ‘법인세 감면’·‘상속세 완화’ 제동 걸리나 [4·10 총선]
노란봉투법, 횡재세 기업 옥죄는 법 가능성도
반기업, 반시장 법안 견제하며 숨죽인 재계
[헤럴드경제=김은희·김지윤 기자]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압승하면서 법인세 감면, 상속세 완화 등 재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부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입법이 무산됐던 ‘노란봉투법’이나 민주당이 당론으로 삼았던 금융·정유사에 대한 ‘횡재세(초과이득세)’ 도입 등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돼 재계가 숨죽이고 있다.
우선 민주당이 압도적인 다수당 위치를 차지하면서 일단 세법 개정 추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의 하나로 기업이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늘릴 경우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방안을 검토해 왔고 최대세율 50%(대주주 할증 시 65%)로 주요국 대비 높은 상속세에 대해서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러한 정부의 감세 기조에 대해 야권은 부자 감세, 세수 부족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 22대 국회에서도 입법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경제계는 그간 과도한 법인세와 상속세는 기업의 큰 경영 부담이자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하는 요소가 된다고 지적해 왔다. 경제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7.5%(지방세 포함)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0위 수준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율도 2020년 기준 3.4%로 OECD 평균(2.7%) 대비 높다. 법인세율이 높을 뿐 아니라 과세체계까지 복잡해 법인세제 경쟁력을 순위로 매기면 OECD 38개국 중 34위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상속세도 주요국 대비 과중하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이지만,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적용하는 최대주주할증 과세 시 60%로 가장 높다. 2021년 기준 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 역시 OECD 회원국 공동 1위로 파악됐다.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주요 7개국(G7)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계는 법인세·상속세 완화를 포함한 세제 개선과 규제 혁신 등에 22대 국회가 적극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발표한 ‘2024년 조세제도 개선과제 건의’를 통해 “과도한 상속세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투자를 유도하고 민간소비 여력을 높일 수 있는 세제를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21대 국회에서는 친노동 입법이 대다수를 이뤘던 반면 규제개혁과 기업 활동에 대한 지원이 매우 부족했다”면서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해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도록 과감한 법인·상속세제 개선, 투자 세제 지원 확대,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내놓은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 공약도 힘을 얻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됐던 중대재해법은 올해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됐다.
민주당은 “이미 시행된 법을 유예하는 것은 법과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노동안전보건체계 구축 등 보다 강화된 노동 정책을 시행하겠단 의지를 드러낸 바 있어 중소기업을 포함한 산업계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노사관계에 있어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노란봉투법 역시 재추진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의석수를 앞세워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했지만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막혀 폐기된 바 있다.
산업계는 이 법안을 두고 “단기적으로는 근로자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노사갈등을 심화시키고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려 중장기적으로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우려가 있는 법”이라며 도입중단을 요구해 왔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22대 국회에 바라는 무역업계의 건의사항’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한 노동 3법 규제 완화를 차기 국회에서 추진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밖에 산업계의 반발을 샀던 경제 관련 법안도 민주당 주도로 재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당론으로 추진한 횡재세 도입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은행과 정유사가 일정 기준을 초과한 이익을 거둘 경우 초과분에 대해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중과세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 등이 제기되며 입법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으나 민생 고통 분담 차원에서 횡재세가 필요하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특히 횡재세는 이번 총선으로 힘을 얻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도입 필요성을 특별히 강조했던 사안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발의가 이뤄질 여지가 있다.
이에 경제계는 22대 국회가 기업의 혁신 활동이나 투자를 저해할 수 있는 입법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국회의 경제 관련 입법 활동이 기업의 경영 활동에도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불확실성을 높이는 반기업·반시장 법안이 22대 국회에서는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총선 논평에서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는 우리 수출의 걸림돌이 되고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민간 소비와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며 “22대 국회는 우리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초당적인 노력을 기울여주고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제 개혁 등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해 힘써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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