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빼야할까" 고민했는데…어쩌다 '특급 신인' 전미르가 불펜 소년가장이 되었나
[OSEN=부산, 조형래 기자] “누구를 빼야할지 고민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시즌 준비 과정에서 걱정은 타선이었다. 타선에서 힘으로 결정지을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짙었다. 반면에 투수진은 강하다고 자평했다. 스프링캠프부터 줄곧 “엔트리에서 누구를 빼야할지 모르겠다”라면서 투수진은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규시즌 초반, 롯데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타선의 부진은 우려했던대로 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팀 타율 2할5푼1리, 팀 OPS .664로 타고투저의 흐름 속에서 홀로 역행 중이다. 아울러 야수진의 ‘FA 듀오’인 유강남과 노진혁이 모두 극심한 슬럼프에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유강남은 타율 1할2푼9리(31타수 4안타) OPS .390, 노진혁은 타율 1할7푼6리(34타수 6안타) OPS .488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마운드까지 말썽이다. 투수진은 자신했지만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현재 롯데 투수진이 처한 상황은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자신했던 것과 다르다. 모두가 당황하고 난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일 경기가 그랬다. 롯데는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7-10으로 패했다. 4-0으로 앞서 나가다가 추격을 당했다. 그래도 삼성의 추격을 뿌리치고 달아났다. 그럼에도 롯데는 졌다. 그동안 실망스러웠던 타선은 이날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서 점수를 뽑았지만 정작 실망스러웠던 것은 투수진이었다.
선발 애런 윌커슨이 5회까지 1실점만 하며 삼성 타선을 틀어막고 있었다. 투구수도 5회까지 68개로 적절했다. 그런데 6회 윌커슨이 흔들렸다. 선두타자 김헌곤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다. 이후 구자욱과 2볼 2스트라이크 승부에서 7구째 131km 슬라이더가 한복판에 몰렸고 투런 홈런을 맞았다. 4-3까지 격차가 좁혀졌다.
이후 위기 상황을 잠재운 것은 바로 올해 신인 전미르였다. 전미르는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씩씩한 피칭으로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고 현재 사실상 필승조 역할을 맡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전미르의 패기를 믿고 다시 한 번 1점 차 승부처 상황에 투입했다. 전미르가 흔들렸다. 선두타자 맥키넌을 상대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그래도 첫 타자를 내보냈지만 김재혁을 삼진으로 솎아내면서 다시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김영웅에게 우선상 2루타를 얻어 맞고 1사 2,3루의 역전 위기에 몰렸다.
전미르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대타 김재성을 상대했다. 위기에서 더 씩씩해진 전미르였다. 김재성을 상대로 초구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등 5구 연속 커브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2사 2,3루가 됐고 전미르는 다시 한 번 대타 김현준을 맞이했다. 김현준을 상대로도 초구 커브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만들었다. 그리고 패스트볼과 커브 조합으로 김현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냈다. 역전 위기를 극복하고 전미르는 환호했다. 사직의 만원관중도 열광했다.
전미르가 분위기를 뒤바꿨고 이어진 6회말, 최항의 적시타와 윤동희의 땅볼, 김민석의 적시타를 묶어 3점을 더 뽑아내며 7-3으로 달아났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전미르는 첫 타자 김호진까지 삼진으로 처리했다. 1⅓이닝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전미르의 호투는 이날 롯데의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전미르의 뒤를 이어 올라온 임준섭(0이닝 1볼넷 1실점), 최준용(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 김상수(0이닝 1피안타 1볼넷 1사구 2실점), 박진형(⅔이닝 1피안타 1실점)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상황을 좀처럼 억제하지 못했다.
7회 이미 1점을 더 내주며 7-4로 맞이한 상황, 8회에는 김상수가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내려갔다. 무사 만루를 이어받은 박진형은 김호진을 병살타로 솎아내며 1실점만 했지만 2사 3루에서 김지찬에게 다시 적시타를 얻어 맞고 추격 당했다.
롯데는 결국 마무리 김원중을 조기에 호출했지만 첫 타자 김헌곤에게 내야안타를 맞아 2사 1,3루 위기에 몰렸고 구자욱에게 7-7 동점 적시타를 내줬다. 김원중의 블론세이브. 9회까지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내려갔지만 분위기는 이미 넘어갔다.
롯데는 이제 믿고 투입할만한 투수가 없었다. 신예 박진이 10회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결국 박진은 10회 3실점하면서 패전의 멍에를 썼다.
현재 롯데 투수진의 평균자책점은 4.68이다. 선발진은 4.52로 4위에 올라있고 불펜진은 4.91로 전체 6위다. 일단 처음에 구상했던 필승조가 완전히 어긋났다. 4년 연속 20홀드를 달성했던 구승민이 6경기 평균자책점 30.38을 기록한 채 2군으로 내려갔다. 김상수(ERA 2.57), 박진형(ERA 2.25), 최준용(ERA 1.93), 김원중(ERA 1.17)로 좋은 평균자책점을 마크 중이지만 안정감 자체가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 구원진의 이닝 당 출루 허용(WHIP)은 1.77로 리그 8위 수준에 불과하다. 평균자책점에 비해 높은 이닝 당 출루 허용은 결국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는 의미고 지난 10일 경기에서 그 후폭풍을 제대로 경험했다.
이런 가운데 신인 전미르가 불펜의 소년가장이 됐다. 현재 평균자책점은 1.13이고 이닝 당 출루 허용 역시 1.13이다. 6경기 등판해 8이닝 동안 16개의 탈삼진으로 ‘닥터K’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고 대신 3개의 볼넷만 내줬다.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며 불펜의 희망이 됐다. 신인 전미르가 불펜의 소년가장이 됐다. 롯데 불펜의 난맥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경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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