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클럽 맨’ 뮐러, 바이에른 뮌헨과 한 몸 이뤄 ‘700고지’ 등정 [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우충원 2024. 4. 11. 09: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격세지감을 느끼지는 않았나 모르겠다. 그야말로 ‘조용한 등정’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한 발걸음을 내디디었는데도 별다른 반향 없이 묻혔다. “물이 깊을수록 소리가 없다”라는 속담으로 스스로를 달래고 지나가는 수밖에 없었지 않았나 보인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던 시절도 있었다. 아니, 꼭 과거형만은 아니다. 여전히 ‘리빙 레전드(Living Legend)’로 불리지 않는가?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을 불태우며 그라운드를 누비는 순간순간 온 힘을 쏟아붓는다. “그라운드는 내가 살아 숨 쉬는 삶의 본원이다.” 사라짐을 거부하는 외침은 우렁차기만 하다.

분데스리가 으뜸의 명문 바리에른 뮌헨과 영광을 함께해 온 토마스 뮐러(34)가 뜻깊은 한 걸음을 내디뎠다. 오로지 ‘바이에른 맨’으로서 정열을 불살라 온 ‘원 클럽 맨’으로서 아주 잘 어울리는 고지에 올라섰다. 현역 선수 단일 클럽 700경기 출장 선수 반열에 들어서는 영예를 안았다. 오늘도 그라운드에서 가쁜 숨을 내뿜는 현역 가운데 여섯 번째로, ‘700경기 클럽’에 가입했다(표 참조). 현역 중, 분데스리가 클럽에 몸담고 700 고지 등정을 이룬 유일한 존재로서 자리매김했다. 분데스리가의 자존심을 곧추세우며 아울러 “한물가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말끔히 씻어 냈다.

지난 6일(이하 현지 일자), 뮐러는 대기록 반열에 올라서는 의미 있는 걸음을 옮겼다. 분데스리가 2023-2024시즌 28라운드 원정 1. FC 하이덴하임전(2-3 패)에서,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장해 84분을 소화했다. 이번 시즌 26번째 출전이었다.

그러나 사흘 뒤인 9일에 열린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첫 번째 판인 원정 아스널전(3-3 무)에선, 뮐러가 뛰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벤치만을 덥히다 물러 나왔다. 토마스 투헬 감독의 용병술에 따라 외면당한 뮐러였다. 당연히, 기록은 한 걸음도 더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허무한 ‘삼일 천하’로 끝난 감격이었다고나 할까? 그만큼 뮐러의 등정은 이렇다 할 눈길 한 번 받지 못한,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끝났다.


뮐러, 분데스리가 클럽 현역 선수 중 최초로 단일 클럽 700경기 출장 금자탑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 클럽 맨은 같은 팀에 대한 애정과 헌신의 발자취다. 사실 프로 마당에서, 거액을 내건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고 줄곧 한 팀에서 역량을 쏟는다는 건 말로는 쉬울지 몰라도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뭇 클럽의 솔깃한 꾐이 쏟아지는 월드 스타에겐, 더욱 그렇다. 좀처럼 현혹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현역 선수 단일 클럽 최다 출장 기록 1, 2위에 오른 파비우(43·플루미넨시·883경기)와 리오넬 메시(36·인터 마이애미 CF·778경기)를 봐도 그렇다. 둘 다 모두 크루제이루 EC와 바르셀로나를 둥지 삼아 원 클럽 맨의 이미지를 풍겼지만, 지금 현주소는 다르다. 파비우는 플루미넨시에, 메시는 인터 마이애미에 각기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이 맥락에서도, 오직 바이에른 뮌헨만을 좇는 뮐러의 마음가짐과 발걸음은 충분히 기릴 가치가 있다. 청소년팀과 Ⅱ팀을 거쳐 2008-2009시즌 1군 무대에 데뷔한 이래 눈길 한 번 돌리지 않고 바이에른 뮌헨에서만 줄기차게 날개짓을 계속해 왔다. 뮐러는 분데스리가를 대변할 만한 각종 기록을 세우며 아울러 바이에른 뮌헨이 ‘해가 지지 않는 왕국’으로 빛날 수 있도록 앞장서 왔다.

대표적으로, 분데스리가 12회 우승은 유일하게 뮐러만이 세운 금자탑이다. 그뿐이랴. 분데스기가 어시스트 기록은 뮐러의 독무대다. ▲ 최다 어시스트(160개·이하 4월 10일 현재) ▲ 한 시즌 최다 어시스트(21개·2019-2020시즌) ▲ 한 시즌 전반부 최다 어시스트(13개·2021-2022시즌) 모두 뮐러가 작성한 빛나는 기록들이다. 출전 시간이 확 줄어든 이번 시즌에도, 어시스트 기록만큼은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7개로 공동 10위다. 표면상 순위로는 두드러지진 않다. 하지만 실제론, 한솥밥을 먹으며 선두를 달리는 리로이 사네(11개)와 네 걸음 차에 불과하다.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으면서 수비수 라인을 돌파하는 능력, 넓은 시야, 뛰어난 위치 선정, 날카로운 패스력, 뛰어난 득점 능력을 지닌 ‘공간 연주자(Raumdeuter·라움도이터)’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뮐러에 대한 평가다. 어시스트 분야에서, 뮐러가 독보적 몸놀림을 펼칠 수 있었던 바탕임은 물론이다.

또한, 뮐러는 ‘멀티 플레이어’다. 공격수, 공격형 미드필더, 윙어 등 공격 부문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능력이 일품이다. 골로 마무리하기 위해 어디로 이동해야 할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공간 해석자’라는 별명이 붙은 까닭이다. 역대 통산 득점 18위(146골)에 자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뮐러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나래를 접을 듯싶다. 지금까지 밟아 온 발걸음에서 능히 엿볼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이다. 뮐러가 걸음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더욱 깊숙이 아로새겨질 원 클럽 맨 출장 기록이다. 현재 진행형인 뮐러의 행보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하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