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내년 입주인데' 대통령도 재확인한 '마흔살' 사직→부산新구장, 첩첩산중 속 가능은 한건가[SC초점]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2023년 KBO리그는 6년만에 8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올해도 역대 두번째로 빠른 100만 관중 돌파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대에 맞지 않은 오래되고 낡은 야구장에서 야구를 하는 프로 구단들이 있다.
가장 낡은 프로야구장은 대전구장이다. 1964년에 개장, 올해로 개장 61년차를 맞이했다. 수차례 리모델링을 거치긴 했지만, 연식과 오래된 기본 구조로 인한 한계가 있다.
다행히 연고구단 한화 이글스는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현 구장 바로 옆에 위치한 내년 3월 개장하는 베이스볼드림파크다. 12년만에 한화로 돌아온 류현진도 내년부터 메이저리그 못지 않은 새 구장에서 던질 수 있다.
문제는 부산이다. 1985년 개장한 사직구장 역시 새 구장 계획이 있다.
지난해 3월 부산시가 사직야구장 재건축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현 사직야구장을 헐고 해당 부지에 재건축하는 한편, 그동안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대체 야구장으로 리모델링해 활용한다는 계획.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 참석하에 치러진 민생토론회에서도 정부는 오는 2028년 하반기까지 사직야구장 재건축을 마치고, 2029년에 개장한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이 만만치 않다. 돈도 문제고 대체구장 문제도 심각하다.
무려 3000억원이 넘는 공사비를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문제다. 국비 지원은 300억원 남짓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현재로선 확실치 않다.
대전에 신구장이 건설되면 사직은 잠실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낡은 야구장 중 하나로 남게된다.
전광판, 조명, 관중석 및 기반시설까지 수차례 리모델링을 거쳤지만, 구조적 한계는 어쩔수가 없다. 한층 더 쾌적한 관람환경에 대한 소망은 점점 커졌다. 야구수도(球都)로 불리는 부산의 야구 열기를 감안하면 새 야구장은 향후 저변 확대와 흥행 몰이를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문제다.
야구 인프라와 흥행, 팬 퍼스트를 강조해온 허구연 KBO 총재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허 총재는 2000년대 초반 허남식(2004~2014) 전 시장 시절부터 부산 야구장 신축을 주장해왔다. 이후 해설위원은 KBO 총재가 됐고, 부산시장은 서병수(2014~2018) 오거돈(2018~2020) 전 시장을 거쳐 박형준 현 시장(2021~)으로 바뀌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사직구장 재건축을 수차례 시의 우선 과제로 강조해왔다. 이에 신동빈 롯데자이언츠 구단주도 화답했다. 롯데 구단은 신구장 사업팀을 발족하고 신축 야구장 문제에 진심을 보였다.
그 결과가 지난해 3월 부산시가 타당성 조사 용역을 거쳐 발표한 사직야구장 재건축 기본계획이다.
2025년 10월에 열리는 전국체전을 마친 뒤 겨우내 아시아드를 리모델링해 2026시즌부터 야구장으로 활용하고, 사직야구장은 2025시즌 후 철거를 시작해 2026년 여름 재건축에 착공, 2029시즌을 앞두고 개장한다는 방침. 소음 및 빛 공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야구장의 그라운드 방향을 남동향으로 바꾸는 등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됐다.
하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비용이다.
2014년 완공된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의 건설 비용은 1000억원 안팎. 2016년 개장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1700억원 가량이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300억원, 삼성그룹은 500억원의 공사비를 부담했다.
코로나 이후 건설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 진작 짓지 않고 비용 문제로 차일피일 미룬 결과다. 부산시의 기본계획상 총 공사비는 3000억원이 넘는다.
돔구장이 아닌 개방형 구장이며, 관중석이 약 2만3000석에서 2000석 가량 줄어듬에도 비용이 엄청나다. 대체구장으로 제시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의 리모델링 비용은 별도다. 이 또한 최소 5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사직구장 재건축에 들어갈 국비 지원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총액 대비 규모(약 300억원)는 크지 않다. 차후 부산시와 롯데그룹의 투자가 이뤄지기 위한 마중물 정도다. 이마저도 결정된 것은 이것 뿐이다.
국비 지원이 이뤄진다 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공사비의 부담은 그대로 남아있다. 광주나 대구의 사례처럼 롯데그룹이 총 사업비의 30% 가량을 지원한다면, 800억원이 넘는 큰 액수다. 해당 금액에 대해 부산시에서 롯데그룹에게 구장 위탁사용료 면제 등 어떤 방식, 어느 정도의 기간으로 보답할지도 아직 미정이다. 부산시가 남은 2000억원이 넘는 공사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부산시가 추진중인 구덕운동장 복합개발사업에 국비가 지원되면,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이 2년 연속으로 같은 지자체에 이뤄질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대체 구장 문제도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있다.
2023년 12월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대상지가 도시재생 혁신지구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구덕 운동장도 2025년에 착공을 시작할 전망이다. 8000억원이 넘는 사업.
부산시와 정부의 청사진대로 사직과 구덕이 동시 개발될 경우 졸지에 부산에 있는 2개 축구단은 경기할 장소가 없어진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을 사직구장 신축기간 동안 대체 야구장으로 쓰려던 계획과 충돌한다.
축구계 반발을 피할 길이 없다. 그렇다고 부산의 상징 롯데 야구단이 인근 타 도시로 옮겨서 야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첨예한 이해충돌을 부산시가 지혜롭게 풀어낼 수 있는지, 대안이 있는지 의문이다.
리모델링 비용 조달은 물론 '월드컵 첫승 성지'와 지역내 유일한 기초종목 경기장을 지키겠다는 축구계, 육상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극한 갈등 속에 부산시와 정부가 좌고우면할 경우 자칫 사직야구장 신축이 한없이 미뤄지며 표류하지 않을까 우려의 시선을 피할 길이 없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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