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와의 맞손 '약일까 독일까'…큰손 믿다 데인 택배사 '긴장'

강주헌 기자, 김민우 기자 2024. 4.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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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C-커머스발 택배전쟁 (下)
[편집자주] 알리, 테무 등 중국발 e커머스가 경쟁입찰을 통해 물류업체를 선정하기로 하면서 국내 택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누가 이들과 손을 잡는지에 따라 택배업계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중국발 e커머스가 촉발한 택배 전쟁이 가져올 영향을 짚어본다.

알리·테무만 믿다가 '토사구팽'?

쿠팡·알리익스프레스 한국 투자 계획/그래픽=조수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쿠팡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중국 이커머스업체의 국내 투자 소식이 알려진 뒤 택배업계의 우려가 적지 않다. 쿠팡이 직접배송을 시작한 이후 택배사들이 큰 타격을 입었던 전례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당분간 국내 택배사들과 동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연내 국내에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FC)를 연내에 구축한다는 사업 계획을 세웠다. 건립 비용은 약 2억 달러이며, 규모는 축구장 25개 면적을 합친 18만㎡ 수준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3년간 한국 시장에 약 11억 달러(약 1조4400억원) 투자해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한국 셀러의 해외 진출 지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에 중국 이커머스 업체와의 밸류체인 시너지가 오래갈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부각됐다. 한국 진출 초기 국내 택배업체를 이용하고 있지만 사업이 안정화되면 다른 선택지를 찾을 것이라는 의미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체 배송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체 배송을 추진할 경우 인력 쟁탈전에 따른 부수적인 출혈경쟁 가능성도 뒤따르는 시나리오다.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이다. 쿠팡은 2012년 자체 물류센터를 구축한 후 택배업체들과 손잡고 당일배송 서비스를 시도했다가 2년 뒤인 2014년 직접 배송으로 전환했다. 원하는 배송 속도와 서비스 품질을 얻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온라인 유통 업계 최초로 배송 직원을 내부 직원으로 채용하고 자가 차량을 운영한 쿠팡은 지금까지 바로 다음날 안에 배송해주는 '로켓배송' 등 직접 배송 서비스를 해 오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가 자체 배송을 하는 것은 택배업체에 커다란 위협이다. 쿠팡의 성공 이후 컬리같은 후발 주자도 생겼다. 기존 국내 이커머스 업체와 택배사들은 쿠팡과 비슷한 빠른 배송으로 대응하기 위해 연합전선을 구축했지만 점유율은 수년째 하락해 왔다. CJ대한통운의 국내 물량 점유율은 2020년 50.1%, 2021년 48.3%, 2022년 45.7%, 2023년 44.1%로 꾸준히 떨어졌다.

다만 업계에선 알리의 이번 투자 계획만으로는 쿠팡과 대등한 수준의 배송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해가고 있지만, 배송의 경우 당장 국내 택배사들과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는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테무도 상황은 비슷하다.

빠른 배송은 인프라 구축이 관건인데 이제 걸음마를 뗀 중국 기업들에 비하면 쿠팡의 시설 규모는 압도적이다. 쿠팡의 물류센터 면적은 2020년 약 232만㎡에서 지난해 510만㎡(해외 물류시설 포함)까지 늘었다. 쿠팡은 2014년부터 10년간 6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 개의 물류 인프라를 갖췄다.

국내 택배사는 전국적으로 촘촘한 배송망에서 경쟁 우위에 있다. CJ대한통운은 국내 유일의 직영 조직과 4만개의 택배취급점, 약 2만명의 배송기사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CJ대한통운은 네이버쇼핑을 비롯한 1100여개 이커머스 업체에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택배사의 풀필먼트 서비스는 단순 배송의 위탁을 넘어 보관, 포장, 재고관리, 배송 등 물류의 전 과정을 일괄 대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테무가 일정 기간은 국내 택배업체와 동행을 이어갈 것"이라며 "중국 기업은 가격 경쟁력은 갖췄고 그동안의 약점은 배송 속도였는데 풀필먼트 구축으로 배송 소요 시간이 대폭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쿠팡 대 알리 혹은 테무 구도가 격화되면 배송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풀필먼트 구축 외에도 배송 방식에 변화를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아이 가방·귀걸이에 발암물질 '범벅'…초특가 C-커머스 질주 계속될까?
-택배업계 좌지우지하는 알리·테무 지속가능성은
알리익스프레스?테무 이용자수 변화/그래픽=조수아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등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가 국내에서 급속도로 시장점유율을 키우고 있지만 이들의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짝퉁논란과 품질 문제 등을 넘지 못하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국내 업체들이 따라갈 수 없는 저렴한 가격은 C-커머스를 지속 가능하게 할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공존한다.

◆ 발암물질 기준치 56배... 알리·테무, 소비자 외면 받을 수 있다

C-커머스의 성장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은 알리와 테무 등의 급격한 성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C-커머스를 통한 해외 판매자들은 관세와 부가가치세 면세는 물론 국내 기업들이 적용받는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늘릴 수 있었다는 논리다.

제품 위해성 평가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상품을 제조하거나 수입해서 판매하는 기업들은 모두 정부가 요구하는 국가통합인증마크(KC·Korea Certification) 인증,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등을 받는다.

품질 유지, 관리, 검사를 위해 기업들은 일정정도 비용을 추가로 투입할 수밖에 없는데 중국 직구 상품들은 이 과정을 생략하고 있다. 중국 직구 상품 가격이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중국 판매자들은 관세와 부가가치세도 면세 (물품가 150달러 미만)받고 있다.

허위, 과장 광고 논란이 끊이질 않았지만 그동안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았다. 알리에 비해 국내 진출이 늦은 테무의 경우 '100% 환급', '드론 공짜', '40만 원 쿠폰' 등 파격적인 혜택을 강조하며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 이같은 혜택을 받으려면 일정 금액을 구매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해외 판매자가 소비자 보호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와 테무의 급격한 성장은 국내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정부의 규제를 받게 되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C-커머스가 급속히 확장하자 현황 파악 나선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난 8일 알리에서 판매되는 어린이용품 등에 대해 안전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기준치를 최대 56배 초과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7일 인천세관은 알리와 테무 등을 통해 직접구매(직구)로 들여온 초저가 장신구에서 기준치를 최대 700배 초과하는 카드뮴·납이 검출됐다고 공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알리와 테무의 거짓·과장 광고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자 알리와 테무를 외면하는 소비자들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미 온라인커뮤티니 등을 중심으로 "돈 몇푼 아끼자고 목숨 걸고 싶지 않다"며 알리와 테무를 외면하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죽이고 싶은 사람에게 선물하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 '1만원 골프채' 초특가의 유혹 못이겨...알리·테무, 더 커질 것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한국대표가 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AliExpress(알리익스프레스)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보호 강화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간담회에는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한국대표, 한송이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마케팅 총괄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알리익스프레스는 "향후 3년간 지적재산권(IP) 보호를 위해 100억원을 투자하겠다"며 발표했으며, 또한 5개의 이니셔티브로 구성된 ‘프로젝트 클린’ 지적재산권 강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사진=임한별(머니S)


하지만 C-커머스가 국내 기업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더라도 알리와 테무의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애초에 짝퉁논란, 품질논란 등에 대해서는 이미 소비자들이 '알고도 구매'한 경우가 많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C-커머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미 소비자들은 품질 등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런데도 이용자 수는 급속하게 느는 추세다.

대한상의가 C-커머스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0.9%가 '이용에 불만이 있고 피해를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배송 지연'이 59.5%로 가장 많았고 낮은 품질(49.6%), 제품 불량(36.6%), 과대광고(33.5%), 애프터서비스(AS) 지연(28.8%) 순이었다.

그럼에도 알리와 테무의 이용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3월 쇼핑 플랫폼 월간 활성 이용자 수 조사에 따르면 알리는 887만명, 테무 829만명으로 2위와 3위에 올랐다. 지난 2월 알리에 2위를 내준 11번가는 테무에도 밀려 4위가 됐다. 알리와 테무의 합산 월 이용자 수 2000만명 돌파가 머지않았다.

알리가 짝퉁문제 해결을 위해 3년간 100억원을 투자하기로하고 한국 시장 확대를 위해 물류센터 건립 등 1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자신감에서 비롯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가진 값싼 노동력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생산한 가격 경쟁력을 이기긴 어려울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실제로 짝퉁인 것을 알고도, 유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초특가'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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