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두 번째 도전에서도 낙선
지난해 7월 폭우로 실종된 주민을 수색하다가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됐던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으나 낙선했다. 지난달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임명으로 다시 불거진 채 상병 논란이 신 전 차관의 당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11일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신 전 차관은 6만 178표를 득표, 6만 4562표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현역 의원에 3.43%포인트 차로 패배했다.
신 전 차관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된 상태다. 지난해 9월 5일 더불어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고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는 신 전 차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대통령실 주요 관계자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 수사과정에서 출국금지 조치도 이뤄졌다. 지난 1월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국방부를 압수수색하기 전에 신 전 차관을 비롯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유재은 법무관리관, 김동혁 검찰단장, 박경훈 조사본부장 등을 출국금지 조치한 바 있다.
신 전 차관이 수사를 받는 상황임에도 국민의힘은 그를 천안시갑 국회의원 후보자로 공천했다. 신 전 차관은 지난 2020년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총선거에서 같은 지역구에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바 있는데, 당시에도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1.42% 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패배했었다.
다시 한 번 같은 지역구에서 의원직에 도전하는 신 전 차관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내정이 알려지기 이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문진석 현 의원을 오차범위 밖에서 승리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3월 4일 <천안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3월 1~3일 해당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18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신 전 차관은 46.1%, 문 의원은 34.2%의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4일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으로 채 상병 사건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여당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기 시작했고, 신 전 차관 역시 이를 피해가기 어려웠다. 신 전 차관에 대한 지지율은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3월 중순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충청신문>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3월 16~17일 선거구 유권자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 의원이 41.4%, 신 전 차관이 42.2%로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이어 26~27일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문 의원이 49.4%의 지지를 받아 39.6%의 지지에 그친 신 전 차관을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채 상병 사건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근무했던 임종득 전 차장은 경북 영주·영양·봉화 지역구에 단수 공천됐다. 지난해 10월 24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수사 외압 의혹으로 임 전 차장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및 김태효 1차장,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자당의 지지세가 강한 경북 영주·영양·봉화 지역구에 임 전 차장을 공천했고, 그는 지역과 당세를 기반으로 무난히 당선됐다.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임 전 차장은 6만 4119표를 얻어 2만 2835표 득표에 그친 더불어민주당 박규환 후보를 크게 앞섰다.
한편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북한 개입설을 주장했다가 국민의힘 공천이 취소됐던 도태우 변호사 대신 대구 중구남구 후보로 출마한 김기웅 전 통일부 차관은 도 변호사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지었다.
도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 출신으로 지난 2019년 2월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 해당 영상에서 "(5.18 민주화운동) 거기에는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된다는 것이 사실은 상식"이라고 주장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3월 14일 도 변호사의 공천을 취소했다. 도 변호사는 이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도 변호사는 김 전 차관이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의 평화체제구축팀장으로 근무하면서 국정브리핑 사이트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서해 및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시키려고 했다며 공세를 펼쳤다.
김 전 차관은 해당 기고문에서 "정전협정 협상 과정에서 합의하지 못했던 사안인 만큼, 우리 측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NLL에 대한 북측의 태도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동해에 비해 해안선이 복잡한 서해의 NLL은 애초부터 남북 간에 큰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 후보는 지난 2일 KBS대구가 생중계한 후보자 토론회에서 김 전 차관에 대해 " 해상 주권을 포기하는 NLL 무력화에 동의했던 후보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차관은 "NLL 관련해서 (저의 국정브리핑) 칼럼을 읽어보셨다면 NLL은 해상경계선으로 확고하게 지켜야 한다는 게 주 내용"이라며 "사실을 왜곡해 국론을 분열하면, 그것을 원하는 게 북한"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통일부 차관을 지냈던 김기웅 당선인은 5급 특채 출신으로 남북회담본부 회담1과장, 통일정책기획관, 정세분석국장,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 통일정책실장 등 통일부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1990년대 이후 200여 차례가 넘는 남북회담에 관여한 '회담통'으로 불린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는 위기 속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남북회담의 남측 대표로 참가했으며 2015년 목함지뢰 사건으로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를 때도 '8·25 합의'를 만들어 내는 실질적 역할을 담당한 바 있다.
충청신문의 여론조사는 응답률 8.1%로 무선 ARS 100%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 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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