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마스턴운용 대표 "소유·경영 분리, 이사회 강화 빈말 아니다"
금감원 고강도 검사에 대주주 비위 의혹까지
당국 제재 앞두고 시장 신뢰도에 강한 타격
"최대주주 이달 회사 밖에 사무실 얻을 것"
"개발 축소, 실물 강화···안정적 투자에 초점"
“소유와 경영을 확실히 분리할 것입니다.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빈말이 아니에요. 최대주주인 김대형 고문도 이를 보장 한다고 했으니 안팎으로 꾸지람을 받더라도 잘 이겨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체투자 운용사로 다시 거듭나겠습니다.”
남궁훈 마스턴투자운용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와 만나 대대적인 기업 쇄신 방향에 대해 이 같이 단호하게 말했다. 남궁 대표는 국내 2위 부동산·대체 자산운용사인 마스턴운용이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고강도 검사를 받고 투자자 신뢰에 타격을 입자 올 1월 구원투수로 발탁된 최고경영자(CEO)다. 마스턴운용이 대표이사를 교체한 것은 2009년 회사 설립 후 처음이다.
남궁 대표는 신한투자증권에서 법무실장과 재무관리부서장, 경영관리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증권맨이다. 2017년 신한리츠운용 설립 당시 CEO도 맡았다. 그가 2022년 사외이사로 마스턴운용과 처음 인연을 맺을 때도 대형 금융회사에서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운영한 경험이 결정적인 선임 이유가 됐다. 남궁 대표는 마스턴운용에 대한 신뢰 회복 방안에 확신이 선 듯 인터뷰 내내 취재진의 날선 질문을 자신감 있는 어조로 맞받아쳤다.
그는 “회사 관련 의혹은 우리가 소명해 바꿀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실수한 부분은 받아들이되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불거진 미공개 정보 활용 의심 등에 관해서는 당국을 이해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검사를 통해 김 고문 등 대주주가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회사 내 미공개 직무정보를 활용해 선행 투자를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회사와 펀드 투자자들에게 적잖은 손해를 미쳤다고 봤다. 검사를 마친 후엔 검찰에도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 2009년 설립 후 지금까지 누적 운용자산(AUM)을 34조 원이나 쌓는 등 매년 승승장구했던 마스턴운용 앞에 처음으로 큰 암초가 나타난 것이다. 마스턴운용을 향한 투자자들의 시선도 여전히 차갑다. 회사는 물론 의혹이 확인된 개인에 대해 올해 안으로 당국이 제재를 확정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남궁 대표는 이에 대해 “금감원에 지배구조 관련 자구 계획을 제출했으며 현재 이를 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남궁 대표는 나아가 회사의 내부통제 책무 구조도를 자산운용사로는 선제적으로 확립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마스턴운용은 올 7월 시행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안 상 2026년 7월까지만 책무 구조도를 확립하면 된다. 남궁 대표는 그 시기를 자신의 임기인 2026년 3월 이전까지 자체적으로 앞당겨 내부통제 강화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겠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책무 구조도란 회사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을 사전적으로 명시하는 제도다.
그는 “마스턴운용은 책무 구조도를 일찍 도입하기 위해 최근 외부 컨설팅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남궁 대표는 이사회의 실질적인 권환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에 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았다. 이사회 권한 강화를 통해 회사의 소유와 경영을 확실하게 분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실제 마스턴운용은 지난달 말 최윤곤 전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이사회에 힘을 실었다. 이달 초에는 대표 직속으로 펀드관리위원회를 만들어 회사 전체 투자 컨트롤타워도 다시 세웠다.
남궁 대표는 “이사회 산하 내부통제위원회와 준법감시신뢰위원회 등을 통해 이사회의 권한을 확대할 것”이라며 “사적 이익 취득 금지, 미공개 정보 이용 금지 등 자율 개선책을 내놓고 이사회 산하 위원회가 이를 통제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직원들이 똘똘 뭉쳐 지적 받은 사항들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고쳐나갈 것”이라며 “외부에서 소유·경영 분리 의지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많아 김 고문이 이달 안으로 외부 사무실을 구해 아예 회사 밖에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임직원들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도록 본인이 직접 선택한 것”이라며 “외부에서도 말이 많고 보는 눈도 적지 않은 만큼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남궁 대표는 마스턴운용 설립 후 첫 외부 CEO이기도 하다. 창업자인 김 고문은 그간 겸직해 온 이사회 의장과 대표 자리에서 차례로 물러났다.
남궁 대표는 “(CEO 재임 시절) 신한리츠운용은 운용 자산이 '0'에서 3조 원대로 커졌고 마스턴운용은 3조 원에서 30조 원대으로 불었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라며 “회사가 시장에서 새 CEO 선임을 계속 물색했는데 그 적임자를 나로 봤다”고 밝혔다.
남궁 대표는 올해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통제 시스템 확립 과제를 수행한 뒤 내년부터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달 초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이미 첫 단추를 뀄다.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은 투자 컨트롤타워를 다시 세우기 위한 펀드관리위원회·자산관리본부 신설이다.
남궁 대표는 회사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전제로 향후 중점 추진 사업들까지 이미 머릿 속에 담고 있었다. 그는 이를 위해 마스턴운용이 부동산 활황기 때 투자해 둔 물류센터 등 개발 사업을 지금부터 안정적으로 정리하겠다고 설명했다.
남궁 대표는 “조직 개편을 통해 익스포저(위험액 노출)이 큰 개발 사업을 정리하고 기존 투자 자산 관리 조직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며 “수익률로 보답하면 시장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물 부동산, 인프라, NPL(부실 채권)처럼 안정성이 높은 자산의 매입·운영에 경영의 초점을 맞추겠다”며 “당국 제재와는 상관 없는 PE(사모투자) 사업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부연했다.
마스턴운용은 지난해 말 서울 ‘센터포인트 강남’ 빌딩을 패션회사 F&F에 약 3436억 원을 받고 매각하는데 성공해 딜(거래 중개) 수행 능력이 여전히 굳건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해당 펀드는 지난달 모두 청산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돌려줬다. 이 밖에 서울 시내의 또 다른 대형 빌딩인 콘코디언빌딩(옛 금호아시아나 사옥) 매입, 무신사 캠퍼스 N1 매입, 성수동 2가 오피스 건물 선매입 등의 성과도 올렸다.
올 상반기에는 최대 1조 원으로 평가 받는 서울 시내 고급 오피스 빌딩 ‘돈의문 디타워’ 매각도 개시한다. 이 빌딩은 마스턴운용이 2020년 사모펀드를 통해 약 6600억 원에 인수한 건물이다. 매각이 실현될 경우 펀드 투자자들이 적잖은 차익을 거둬들일 전망이다.
남궁 대표는 “돈의문 디타워는 시장에서 워낙 관심이 많아 거래가 잘 이뤄질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어렵지만 코어(Core)나 밸류애드(가치 부가) 시장은 여전히 전망이 좋은 편”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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