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진보정치 [장석준의 그래도 진보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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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진보정치'라는 제목 아래 연재하는 칼럼이니, 총선 결과와 진보정당들의 성적을 다루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둘째,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정당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한 정당들의 의석수는 어쨌든 기존(진보당, 기본소득당 합하여 2석)보다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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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준 |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그래도 진보정치’라는 제목 아래 연재하는 칼럼이니, 총선 결과와 진보정당들의 성적을 다루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시점은 개표 전이지만, 지면에는 개표 다음날 실린다. 결과를 이미 받아본 이들이 읽을 글을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써야만 한다. 참으로 난감하다.
그럼에도 큰 흐름은 얼추 예상할 수 있다. 첫째, 전반적인 결과는 윤석열 정부 ‘심판’으로 나타날 것이다. ‘심판’의 정도가 얼마나 매서울지는 개표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분명 지난 임기보다 남은 임기가 더 많은 정권이 감내하기 힘든 성적일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통령과 국회의 대립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며, 2016년 이상의 정치적 격랑이 일 수도 있다.
둘째,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정당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한 정당들의 의석수는 어쨌든 기존(진보당, 기본소득당 합하여 2석)보다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 당들은 이번에 민주당의 하위 파트너가 됐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 이재명 세력의 충실한 동맹군이 됐다. 따라서 적어도 차기 대선까지는 ‘친명’ 블록의 일부일 뿐, 독자적인 변수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셋째,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은 진보정당들, 즉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의 현실 정치 지분은 제21대 국회(정의당 6석)보다도 더 줄어들 것이다. 이런 결과는 특히 조국혁신당 바람과 대비되며 아프게 부각될 것이다.
독자적 진보정당을 통해 한국 사회를 바꾸길 바라는 이들은 일단 이 결과가 2000년대 초에 시작된 한 주기의 완전한 종결임을 냉정히 인식해야 한다. 이 주기는 정당명부비례대표제의 부분적 도입으로 시작됐으며, 20여 년의 도전 끝에 이뤄낸 선거제도 개혁(준연동형 선거제)이 비례위성정당을 통해 변질됨으로써 마감됐다. 더구나 이번 선거에서는 조국혁신당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라는 구호 아래 범민주당-진보정당 교차 지지층을 대거 흡수하는 바람에 기존 진보정당 지지 기반의 취약성이 전면에 드러났다.
수십 년에 걸친 여정 끝에 진보정당운동이 다시 원점에 선 셈이다. 진보정당들로서는 너무나 절망스러운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애당초 이 운동이 참여자들의 행복과 자아실현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민중을 위한 것이었음을 상기한다면, 실의와 좌절은 사치다.
때 이른 대선 전초전이 된 이번 총선에서 미래 선택지로 대두한 이름들, ‘이재명’, ‘조국’, ‘한동훈’, ‘이준석’ 중 어디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이 이름들 중 어느 것도 ‘기후’, ‘노동’, ‘여성’ 등과 교차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한숨 쉬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이런 이들을 ‘세력화’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미래 경로를 바꿔내자는 운동이 독자적 진보정당이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제6공화국의 지난 어느 시기보다 더 이런 새로운 변수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다시 한번, ‘그래도 진보정치’다.
그러니 진보정당운동은 쉴 틈이 없다. 주저앉을 여유가 없다. 비례위성정당의 유혹을 거부하고 양당 독점 정치에 대한 도전이라는 사명을 잊지 않은 진보정당들과 사회운동 흐름들을 씨앗 삼아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 지난 역사를 대표했던 이들은 뒤로 물러서고 새로운 이들이 깃발을 들어야 한다. 총선 결과로 나타난 민심을 이런 새출발의 다그침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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