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고정금리 30%까지 늘려라"…소비자 현명한 대출 전략은?
변동형 불확실성↑…"주기형 선택 후 3년 뒤 갈아타는 것도 방법"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비중을 30%까지 맞추라고 주문하면서 은행들의 대출 판매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정금리로 인정되는 주기형(금리변동 주기 5년 이상) 상품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려야 하는 만큼, 은행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변동형 대출 금리를 더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 종사자들은 당장 금리 부담이 큰 변동형 상품을 선택하는 대신 주기형 대출을 신청한 뒤 중도상환수수료가 사라지는 3년 후부터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것도 금리 부담을 낮추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 혼합형 뺀 '진짜' 고정금리 30%까지 확대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주담대 체질 개선을 위해 정책모기지와 혼합형 대출을 뺀 '진짜' 고정금리 대출을 30%까지 채우라고 은행권에 주문했다.
대출금 상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고정형은 문자 그대로 대출 신청 때 결정된 금리가 대출 만기까지 유지되고, 변동형은 일정 주기(통상 6개월)에 따라 대출 금리가 변하는 형태다.
그러나 현재 국내 은행권에서 10~30년 고정금리 대출 상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변동형 상품과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탓에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 중 고정금리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농협은행이 유일한데 이 역시 비주력 상품으로 분류돼 있다.
이에 은행들은 순수 고정금리 상품 대신 5년 동안 고정금리를 적용한 후 6개월 변동금리로 바뀌는 이른바 '혼합형' 상품을 고정금리 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는데, 금융당국이 앞으론 혼합형을 고정금리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 "변동형 선택 비중 높아"…금리 인상 가능성도
다만 금융당국은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금리가 5년 단위로 바뀌는 '주기형' 상품을 고정금리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은행권은 올해 주기형 상품 비중 확대에 열을 올릴 전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리유형별 비중은 변동형이 48.2%로 가장 많았고, 혼합형이 18.8%, 주기형이 10.1%로 뒤를 이었다. 은행 입장에선 현재 10%대에 불과한 주기형 상품으로 소비자 선택을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변동형 상품의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현재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은 상황"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연말까지 고정금리 비중을 30%까지 늘리려면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고객의 수요는 금리로 유도되는 것"이라며 "변동형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지금보다 더 변동형 상품 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주기형 선택하고 3년 후 갈아타기"
은행권 종사자들은 대출 신청 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지난 9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주기형(혼합형) 금리는 연 3.07~5.52%, 변동형은 3.87~5.97%로 파악됐다. 이미 주기형이 변동형보다 하단 기준 0.8%포인트(p)가량 낮은 셈이다.
주담대 3억원을 금리 연 3.07%로 빌렸을 경우(30년 만기·원리금 균등) 소비자가 한 달에 갚아야 하는 돈은 127만 6166원이다. 반면 3.87%로 빌렸을 경우는 140만 9853원을 갚아야 한다. 두 상품의 차이는 월 13만 원 수준이며, 연으로 환산하면 156만 원까지 벌어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래 금리 인하 기대감만으로 변동형 상품을 선택하는 건 소비자가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크다고 말한다. 올해 초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하게 전망됐으나 지금은 연내 금리 인하가 없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막연한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변동형을 선택하기보다 대출 갈아타기를 적극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가 사라져 타 은행의 더 낮은 대출 상품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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