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군대 간다고 벌금에 폭언 의혹까지…선수 "국방의 의무" VS 구단 "지시불이행"

윤진만 2024. 4. 1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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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본 기사와는 무관함.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A구단 원클럽맨 선수 B는 억울하다. 국군체육부대 축구특기생에 합격한 뒤, 구단으로부터 벌금을 청구받았다. A구단도 할 말이 있다. B가 돌연 김천 상무(군팀)에 가버려 스쿼드 운용에 차질을 빚었다. B가 상무에 합류하는 4월말까지 '불편한 동거'가 계속된다. 프로축구계의 입대 관련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지난 연말, 2023시즌이 끝나고 FA로 풀린 선수 B는 거취를 고민했다. 선택지는 잔류, 이적, 입대, 세 가지였다. 1998년생인 그의 나이 26세. 상무 지원자격은 만 27세까지다. B 입장에선 때마침 연말에 2024년 2차 국군체육부대 체육특기생 모집 공고가 떴다. 또래 선수들처럼 입대 신청서를 제출했다. 거취를 고민하고 있을 때, A구단이 연봉이 인상된 조건으로 재계약을 제안했다. 백업 골키퍼를 찾기 어렵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1월초 A구단은 B의 재계약을 발표했다.

그렇게 동계훈련에 임하던 B는 2월 중순 전형평가(실기)를 앞두고 마음의 변화가 생겼다. 상무 합격 가능성이 높다는 걸 확인한 것이다. 국군체육부대는 2명의 골키퍼를 모집했고, 총 4명이 신청했다. 그런데 4명 중 2명이 실기시험을 보지 않았다. 즉, 입대를 포기했다. 이대로면 합격률 100%. K리그 출전 기록이 많지 않은 B는 '천재일우의 기회'로 여겼다. 국군체육부대가 있는 문경으로 실기 시험을 보러 갔다.

갈등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A구단은 발칵 뒤집혔다. 개막을 불과 2주 앞두고 스쿼드 구성을 거의 끝마친 시점이었다. 지방 구단에서 젊은 골키퍼를 영입해 급한 불은 껐다. 동시에 A구단 선수운영팀과 A구단의 C감독이 B에 대한 처벌을 논의했다. "B가 군대에 가지 않겠다고 해 재계약을 했는데,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 '지시불이행'을 적용했다. A구단 홍보팀은 "구단은 몰랐던 일"이라며 "선수단에 확인해보니 군대 때문에 벌금을 매긴 건 아니라고 한다"고 밝혔다. 벌금 1000만원이 내려졌다. 전체 선수단에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코치진의 판단이 있었다. B는 팀 훈련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C감독은 "개막을 앞두고 B의 행동으로 인해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민국 남성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대에 가는 것이 처벌받을 사안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팀 합류를 거부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 '지시불이행'에 해당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한 구단 관계자가 선수에게 폭언하고, 계약 해지를 운운했다고도 주장했다. 설령 선수가 '구단의 정당한 지시에 불복'하였다 하더라도 벌금 액수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처벌 규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연맹은 '제재 금액은 한 건에 대해 기본급의 12분의1의 5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구단이 결정하여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B의 월급(기본급의 12분의 1)은 500만원선으로 알려졌다. B측은 "동료 선수들 사이에서 '우리도 군대에 가려면 벌금을 내야 하는 것이냐'고 수군댄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A구단은 구단 관계자의 폭언 의혹에 대해 "해당 관계자가 선수에게 직접적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벌금은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절반 경감됐다. B는 3월초 '1차 벌금(250만원)'을 낸 후에 팀 훈련에 복귀했다. C감독은 "벌금을 낸 이후에는 선수가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도록 조치했다. 코리아컵 경기에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B가 입대한 이후 시점을 생각해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코치의 의견을 반영해 다른 선수를 투입했다"고 말했다. 이번 '입대 벌금 사건'을 접한 축구인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축구인은 "구단이 약속을 어긴 선수에게 상징적인 의미로 벌금을 매기는 것과 실제로 선수에게 벌금을 받는 것은 경우가 다르다. 추후 규정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축구인은 "시즌 중에 선수가 갑자기 군대에 간다고 했을 때, 구단이 제지할 방법이 없다. 10명이 동시에 군대에 간다고 하면 10명을 다 보내줘야 하나?"라고 하소연했다. 과거에도 입대를 계획한 선수들에 대한 '벌금 징계, 계약 해지, 엔트리 제외'가 비일비재했다며 이번 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축구인들도 있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전후 사정을 따져봐야겠지만, 어떠한 경우에라도 선수가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는 게 연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월급에 준하는 벌금을 내고 군대에 가는 게 억울하다는 선수 B, 지시불이행을 한 선수의 처벌은 불가피하다는 A 구단, 어느 쪽이 옳을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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