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우리도 쓰자" 14G 12장타→124년 만의 LAD 역사 작성…'효과만점' 오타니 훈련법, 모두가 따라한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크리켓 배트는 도깨비 방망이. '장타'가 실종됐던 오타니 쇼헤이가 방망이가 되살아는 계기를 만들었던 크리켓 훈련이 LA 다저스 선수단 내에서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0년 7억 달러(약 9478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통해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의 시범경기 타격감은 뜨거웠다. 팔꿈치 인대 파열로 인해 2024시즌 마운드에 오를 수 없는 가운데 타격에만 전념해야 하는 오타니는 다저스 소속으로 치른 시범경기 첫 경기에서 첫 홈런을 터뜨리는 등 범상치 않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서울시리즈가 열리기 전까지 시범경기 타율 0.500 OPS 1.486으로 폭주했다.
표본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시범경기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워낙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던 만큼 서울시리즈를 향한 기대감은 매우 컸는데, 오타니는 키움 히어로즈-팀 코리아와 맞대결을 갖는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생산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규시즌 일정이 시작된 후 오타니는 완전히 돌변했다. 오타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서울시리즈 개막전에서 2안타 1타점 1도루를 기록하며 팀 승리에 큰 힘을 보탰고, 이튿날 또한 안타를 터뜨리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분명 정규시즌 경기에서 나쁘지 않았던 흐름을 보였는데, 오타니의 타격감은 미국으로 돌아간 뒤 바닥을 찍었다. 그동안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미즈하라 잇페이가 자신의 돈을 이용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임했고, 이로 인해 다저스로부터 해고를 당했던 충격의 여파로 보였다. 이 때문에 오타니는 미국으로 복귀한 뒤 남은 시범경기 4경기에서 단 한 개의 안타도 생산하지 못하는 등 9타수 무안타로 허덕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정규시즌이 시작된 후 오타니는 달랐다.
오타니는 지난달 2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미국 본토 개막전에서 3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으로 펄펄 날아오르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오타니는 이튿늘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지만, 이후 두 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는 등 세인트루이스와 개막 4연전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남겼다. 이런 오타니에게 가장 큰 고민이 있었다. 바로 좀처럼 홈런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올 시즌 전까지 오타니가 개막 이후 가장 오랜기간 홈런을 치지 못했던 것은 37타석.
오타니는 지난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맞대결에서도 안타를 쳐내지 못하면서 정확히 개막 37타석 연속 무홈런 타이 기록을 작성했다. 그리고 4일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도 세 번째 타석까지 아치를 그려내지 못했는데, 네 번째 타석에서 고대하던 한 방이 터졌다. 샌프란시스코 '필승조' 테일러 로저스의 5구째 93.2마일(약 150km)의의 싱커를 공략,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개막 이후 41타석, 지난해 8월 23일 신시내티 레즈전 이후 무려 224일 만에 터진 아치였다.
오타니는 당시 경기가 끝난 뒤 "좀처럼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서 초조한 마음이었다. 빨리 치고 싶다는 마음을 참으면서 내 스윙을 하려고 노력했다. 어떻게든 한 방이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다. 홈런을 못 친 기간이 길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배팅 케이지에서도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로버츠 감독을 비롯해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했다"며 "멘탈을 핑계로 삼고 싶지 않다. 기술의 문제였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 때문에 그동안 결과가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인터뷰 과정에서 오타니는 스윙 궤도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는데, 당시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을 피했다. 그리고 오타니는 이튿날 시즌 2호 홈런을 터뜨리면서 좋은 흐름을 이어갔는데, 오타니의 타격감이 갑작스럽게 좋아진 배경에는 '크리켓 훈련'이 숨어 있었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와 '풀카운트' 등에 따르면 오타니는 지난 8일 경기가 우천으로 중단됐을 당시 실내에서 타격 훈련을 진행했는데, 이때 손에 든 것이 크리켓 배트였다.
오타니는 당시 "크리켓 배트는 면으로 돼 있기 때문에 면을 통해서 감을 찾으려고 했다. 연습에 좋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고, 이 효과는 확실했다. 오타니는 2시간 51분이 중단된 후 경기에서 3루타, 2루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튿날 시즌 3호 홈런을 비롯해 3개의 안타를 모두 장타로 만들어냈고, 10일 미네소타 트윈스와 맞대결에서도 첫 안타를 2루타로 생산하면서, 최근 6개 안타를 모두 장타로 연결시켰다. 이는 기록으로도 연결됐다. 'MLB.com'의 사라 랭스에 따르면 다저스 소속 선수가 첫 출전부터 14경기에서 12개의 장타를 생산한 것은 1901년 이후 구단 최다기록으로 연결됐다.
오타니가 크리켓 배트를 통한 훈련으로 확실한 성과를 보자, 팀 동료 제임스 아웃맨도 이를 따라 했다. 그 결과 아웃맨 10일 경기에서 결승 스리런홈런을 터뜨리는 등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에 따르면 아웃맨은 "오늘도 크리켓 훈련을 진행했는데, 기분이 좋아졌다. 더 잘 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내 나쁜 버릇이 무엇인지를 느꼈다. 만약에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잘못된 스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나쁜 버릇을 찾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웃맨에 따르면 다저스 구단에 크리켓 배트가 도입된 것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아웃맨은 "그동안 크리켓 배트를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 오타니가 크리켓 배트을 통해 2루타와 3루타를 쳤다. 그랬더니 모두가 '좋아 우리도 쓰자'라고 하더라"며 "크리켓 배트로 스윙을 하면 내 폼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아직 이틀밖에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하게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이 훈련이 좋은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크리켓 배트는 그야말로 '도깨비 방망이'가 된 셈.
오타니가 크리켓 배트를 활용한 훈련을 통해 확실한 성과를 보게 되면서, 다저스 선수단 내에 '크리켓 배트 열풍'이 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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