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사·환자·병원 다 지쳐가는데…총선 끝났지만 여전히 '안갯속'
현장 의료진 피로도 극심…병원들은 경영난에 비상
환자단체 국민청원…국회 중재·재발 방지 입법 요구
의료계 합동 기자회견 연기…"국민이 대화 참여해야"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지 50일이 넘어가면서 정부와 의사들은 물론 병원과 환자들도 모두 지쳐가고 있다. 당초 합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의료계가 돌연 일정을 연기함에 따라 총선 이후에도 의료 정상화는 불투명한 상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11일은 지난 2월19일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지 52일째가 되는 날이다. 주로 대형병원인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이탈한 기간이 두 달 가까이 되며 장기화되자 사회 곳곳에서 신음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22일 감염병 유행 상황을 제외하고 역대 처음으로 보건의료 위기로만 재난경보 단계가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된 이후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6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매일같이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및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거나 참여하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건강보험과 정부 예산 지출 규모도 사태 장기화에 따라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장 의료 인력 보상, 대체인력 투입, 비상진료체계 유지 등에 사용된 정부 예산과 건강보험 재원은 약 2개월간 5000억원을 상회한다.
현장에 남아 전공의 빈 자리를 채우는 의료진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한 상황이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과도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고용노동부에 근로 감독을 요청하기도 했다. 충북대의대·병원 교수회 비대위는 의료진 체력 안배를 위해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를 휴진하기로 했다.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도 지쳐가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대부분 2월에 사직서를 제출해 3월 급여부터는 지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전공의들이 분유·기저귀 지원을 신청하는 등 생활고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이탈과 남아있는 의료진 소진 등에 진료 공백이 발생하며 병원들도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무급휴가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은 희망퇴직을 신청 받고 있다.
가장 큰 피해자는 환자들이다. 지난 8일 기준 상급종합병원 일반 입원환자는 2만712명으로 일반 입원환자는 전주 평균 대비 7.1% 감소했고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전체 종합병원 입원환자 수도 8만3004명으로 전주 평균 대비 4.1% 줄었다.
복지부가 운영하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는 8일 11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으며 누적 접수 건은 643건이다. 수술 지연이 425건으로 가장 많고 진료 차질 117건, 진료 거절 73건, 입원 지연 28건 등이 있다. 이밖에 의료 이용 불편 상담은 1323건, 법률 상담 지원은 249건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5월4일까지 의료진의 조속한 복귀를 위해 국회가 중재하고, 국회가 이번과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입법을 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총선 이후 의협 비대위와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의대생 협회 등이 합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하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 했으나 돌연 연기했다. 앞서 합동 브리핑 계획이 알려진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합동 기자회견에 대해 합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총선 전 정부가 대화에 여지를 주는 것처럼 보였는데 총선이 끝났다고 해서 강성 모드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강성이나 타협이나 어느 게 옳은지 해석이 잘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의료계에도 교수, 전공의, 개원의, 봉직의 생각이 달라 한 목소리가 나오기 쉽지 않다. 의료계와만 대화를 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 국민이 이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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