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부동산PF, 땅 주인부터 바꿔야 한다[우보세]

권화순 기자 2024. 4. 11.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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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 담당자와 릴레이 면담을 시작했다.

부동산 PF 사업장 재평가 방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금융권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다.

그런 의미에서 이달말쯤 당국이 내놓을 PF 사업장 재평가 방안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부실 사업장으로 재분류 되면 금융회사는 해당 사업장에 대한 예상손실을 100% 반영해 충당금을 대폭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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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월21일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서 열린 부동산PF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 담당자와 릴레이 면담을 시작했다. 부동산 PF 사업장 재평가 방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금융권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다.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개별 면담에선 자금여력이 있는 은행, 보험사 역할론이 거론될 수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때도 은행들이 4000억원 규모로 부실 사업장을 인수했다. 이번에도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다.

다만 금융회사를 비롯한 '큰 손' 투자자를 PF 시장으로 끌어 들이려면 해결할 과제가 있다. 바로 '가격 조정'이다. 토지매입 단계의 브릿지론 사업장 대부분은 지난해부터 수차례 만기연장으로 연명 중이다. 인허가, 시공사 선정 등 본 PF 전환을 위한 스텝을 밟지 못해서다. 부동산 고점기인 2021~2022년 전후 매입한 고가의 땅값이 발목을 잡고 있다. 시세는 2년전 매입 가격 대비 많게는 50% 이상 하락했다. 매입시점 가격으로 사업을 계속하려니, 사업성이 확 떨어진다. 분양가격은 터무니없이 올라간다.

경공매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제는 '가격을 무료로 줘도 안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전한다. 실제 경공매 시장에서 대구 소재 한 PF 사업장 부지의 낙찰가격이 최초 매입 가격의 25% 수준으로 대폭 하락했다. 아파트를 짓기로 했던 당초 계획은 무산되고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주차장 시설로 용도 변경도 했다. 현실이 이런데도 "일단 버텨보자"는 심리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하반기 금리 인하에 따라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여전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달말쯤 당국이 내놓을 PF 사업장 재평가 방안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양호-보통-악화우려' 등 3단계로 간단히 분류한 사업장 기준이 더 세분화된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부실 사업장으로 재분류 되면 금융회사는 해당 사업장에 대한 예상손실을 100% 반영해 충당금을 대폭 쌓아야 한다. 지금보다 2배 늘어날 수 있다.

브릿지론, 토지담보대출로 '부실 경고등'이 켜진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신전문회사는 경공매에 적극 나설 유인이 된다. 이미 비용 처리한 충당금 일부라도 이익으로 환원하려면 경공매로 토지를 처분해야 한다. 저축은행 중앙회가 이달부터 지침에 반영한 경공매 활성화 방안도 실현되면 파급력이 상당할 수 있다. 대출이 6개월 이상 연체되면 사업장 부지를 3개월 단위로 경공매로 내놔야 한다. 경공매로 낙찰되지 않더라도 최종 유찰 가격 기준으로 충당금은 더 쌓아야 한다. 제대로 작동만 되면 옥석가리기를 통한 '땅값 조정'이 신속히 이뤄진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연초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에서 "굳은 살을 도려내야 새 살이 돋는다"고 했다. 엄격한 사업성 평가를 통해 부실 사업장을 도려내야 신규 자금이 투입될 수 있단 말이다. 4월 총선을 의식한 금융당국은 우량 사업장 자금 지원 중심의 대책만 내놨던 게 사실이다. 총선이 끝났다. 이후부터는 '굳은 살'을 도려내기 위해 땅값을 낮추고, 땅 주인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권화순 금융부 차장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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