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위 책임 떠넘기려는 일광학원 ‘적반하장’ 소송… 법원서 연전연패
교육청 감사 적발돼 업체에 6억 배상
그 책임을 교육청·제보자 탓하며 소송
무기중개상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의 전횡으로 잡음이 있었던 일광학원(사학재단)이 공익제보자와 교육공무원을 상대로 '적반하장'식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재단 측은 "교육청의 위법한 감사와 허위제보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했지만, 법원은 오히려 재단의 비위를 질타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6-1부(부장 김제욱)는 학교법인 일광학원이 전 교직원 2명과 서울시교육청 공무원 4명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월 17일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일광학원이 상고했으나, 법원 보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2월 9일 자로 판결은 확정됐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2019년 5~8월 일광학원이 운영하는 서울 우촌초와 학교법인을 감사했다. "이규태 회장(전 이사장)이 학부모 등의 반대에도 스마트스쿨 사업 추진을 강요하고, 협조하지 않는 직원을 부당 징계했으며, 사업비를 부풀려 예산을 낭비한다"는 민원을 확인하려는 차원이었다.
서울교육청은 '제보 내용이 대체로 사실에 부합한다'고 결론 내렸다. 재단이 절차를 어기고 특정 업체를 스마트스쿨 사업자로 선정한 과정에 이 회장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학교에 계약을 해지하라고 조치했다. 학원은 계약을 깼고, 해당 업체로부터 6억7,000여만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당했다. 이 소송에서 법원은 "횡령을 목적으로 업체가 공모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 한, 계약을 무효로 보기는 어렵다"며 업체 손을 들어줬다. 양측이 항소하지 않아 2021년 8월 판결이 확정됐다. 학원은 6억 원을 지급하는 대신, 업체는 강제집행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일광학원은 서울교육청과 학교 측에 책임을 돌렸다. 계약에 문제가 없었음에도 교육청 공무원들이 허위 민원을 믿고 해지를 강요하는 바람에 괜한 피해를 입었다면서, △교육청 감사실 직원 △공익제보를 하고 감사에 협조한 교장과 직원들을 상대로 "6억 원을 책임지라"는 소송을 건 것이다.
1심은 일광학원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입찰 과정에 공공성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되고, 이에 대한 감사권자(교육청)의 처분은 정당한 재량권 행사라는 취지다. "교직원들이 거짓말로 신고를 넣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떤 내용인지 특정조차 못하고 있다"며 물리쳤다.
이번 2심 결론도 같았다. 일광학원은 "스마트스쿨 사업은 교장과 행정실장 직무대리였던 피고들이 총괄했으니 업체와 분쟁을 일으킨 책임도 그들에게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들이 전임 이사장(이 회장)의 강요에 의해 사업을 수행하게 된 주된 책임은 이를 방임한 일광학원에 있다"고 질타했다.
일광학원은 서울시를 상대로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는데, 이달 5일 1심 선고에서 이마저도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 이승원)는 "교육청의 조치 사유가 없었다는 일광학원의 주장은 관련 민사사건에서 이미 배척된 것"이라며 "관련 판결과 같은 이유에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회장과 일광학원 관계자 10명은 2021년 12월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비리를 폭로했다가 보복당한 교직원 중 상당수는 여전히 복직하지 못했고, 이와 관련 참여연대 등은 올해 1월 일광학원 전현직 이사장을 부패방지법 위반(신분보장조치 불이행)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무기 로비스트' 1세대로 알려진 이규태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횡령,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됐다. 핵심 혐의인 군납품 사기 혐의에선 최종 무혐의 판정을 받았지만, 뇌물을 건네고 차명계좌를 이용해 회삿돈을 90억 원을 빼돌려 세금을 포탈한 혐의, 일광공영 자금 100억 원 등 횡령, 우촌초 교비 약 7억 원을 빼돌린 혐의 등에 대해선 유죄가 인정돼 2018년 4월 징역 3년 10개월과 벌금 14억 원이 확정됐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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