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없는 공천·정치신인 한동훈 한계에 참패한 여당 [4·10 총선]
이종섭·황상무 논란, 대파 발언 등 용산발 악재도
지도부 교체 불가피…한동훈 '잠행' 가능성 제기
조기 전당대회서 원희룡 등 잠룡들 재부각
[서울=뉴시스] 이승재 이현주 수습 조수원 수습 우지은 수습 기자 = 국민의힘이 현재 의석수를 지키는 수준에 그치면서 참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0석 개헌 저지선을 지켜냈지만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예견된 패배였다는 게 중론이다.
혁신 없는 공천, 정치 신인 한 위원장의 한계가 패인으로 꼽는다. 공천 과정에서는 기존 '영남당'의 틀을 깨는 강도 높은 물갈이에 실패했고, 선거 경험이 없는 한 위원장의 전술적 미흡은 '정권심판론'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번 패배로 당 지도부 교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위원장의 거취가 당장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5월 말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비대위 체제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오전 4시 현재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 결과를 종합하면 국민의힘과 비례정당 국민의미래의 의석수는 110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민주당과 민주연합은 173석을 차지했다. 여기에 조국혁신당과 새로운미래도 각각 12석, 3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범야권이 180석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서 지난 2년처럼 각종 법안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이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식물 국회'로 다시 돌아가는 셈이다. 윤석열 정권 임기가 3년이 남았는데, 레임덕이 가속화되면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내 계파간 내홍도 불가피하다. 친윤계는 한 위원장에게, 비윤계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패인은 '무감동' 공천·한동훈 원톱·'용산발' 리스크
민주당과 비교해 큰 내홍 없이 공천 국면을 넘겼지만, 결국 이 조용한 공천이 발목을 잡았다. 실제로 국민의힘의 현역 교체율은 35%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3선 이상 중진 32명 가운데 공천을 받지 못한 의원은 7명뿐이다.
'한동훈 비대위'가 들어서기 전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활동할 시기만 해도 영남·중진 의원을 향한 강한 희생 요구가 있었고, 공천 과정에서 큰 폭의 물갈이가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핵심 친윤인 장제원 의원이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러한 전망에 힘도 실렸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친윤 초·재선, 중진 의원 대부분이 살아남은 '무감동 공천'만 남았다. 장 의원이 불출마한 부산 사상은 최측근인 김대식 후보가 물려받았다.
일각에서는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재표결 '이탈표'를 우려해 컷오프(공천 배제) 시점이 뒤로 밀렸고, 이 과정에서 원하는 수준의 물갈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결국 용산발 리스크가 공천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 이종섭 주호주 대사와 황상무 전 수석 논란 등 용산발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정권 심판론'은 총선정국의 거대한 흐름이 됐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정 갈등도 악재로 작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역효과만 났다는 평가다.
선거운동 국면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른바 '대파 875원' 발언 논란이 일면서 여권에 불리한 지형으로 기울었다.
또 중도층 확장보다는 보수층 결집에만 치우친 선거 전략도 한 위원장의 전략적 미스로 지적된다. 한 위원장은 중도층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보다는 이재명 대표와 야당을 비판하며 보수 지지층에 호소하는 선거 전략을 구사하는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도 정권심판론의 흐름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120석 이하를 이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패한 것이고 정권 심판론이 작동한 결과이자 여당 무능론인 것"이라며 "한 위원장은 윤석열 아바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고, 차별화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가장 큰 것은 정권 심판이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 정서에 바람이 불어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 2년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라고 했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는 "앞으로 정부는 제대로 된 정책 추진도 못하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힐 것"이라며 "민주당은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 정부 정책에 대해 반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동훈 전당대회 도전 여부 주목…잠룡들의 시간 돌아올 듯
일각에서는 '원톱'으로 당을 이끈 한 위원장이 다시 전당대회에 나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120석 이상 확보에 실패한 상황에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 다음 대선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당분간 잠행에 들어갈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위원장이 잠행에 들어갈 경우 여권내 '잠룡'들의 시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원외에서 쓴소리를 낸 유승민 전 의원의 역할론도 재조명될 수 있다. 당내 중진이자 친윤계 핵심인 권성동 후보의 당권 도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나경원·안철수·원희룡 후보 등도 거론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평론가는 "한 위원장 이외에도 유승민, 나경원, 원희룡, 안철수 등 당권 주자는 차고 넘친다"며 "총선에서는 패배했지만 다음 대선으로 시선이 옮겨갈 것이고,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금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당 내부에서는 한 위원장을 다시 옹립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반대로 윤 대통령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있을 것"이라며 "또 차기 대선 후보를 빨리 정해서 그 사람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도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비윤계 세력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도 중요한 것이고 그 인물이 한 위원장일지 유 전 의원이나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일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한 위원장은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물러날 것이고 국민의힘은 바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아직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나 후보가 유력하지 않을까 싶고 안 후보와 김은혜 후보도 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선거에서 진 후보들은 당권에 도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안 부재론 때문에 한 위원장에게 다시 한 번 더 기회가 갈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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