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죽음[이은화의 미술시간]〈314〉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바로크 미술의 선구자 카라바조는 38년 생애 마지막 해에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받는 살로메(1609∼1610년·사진)'를 그렸다.
예수의 선지자였던 세례자 요한은 요르단강에서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설교를 한 인물이다.
살로메는 어머니의 지시대로 요한의 목을 요구했다.
카라바조는 잘린 요한의 머리가 살로메에게 건네지는 장면을 묘사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로마제국의 헤롯왕은 동생을 죽인 뒤 동생의 아내 헤로디아를 부인으로 맞아들였다. 누가 봐도 패륜이었지만,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 요한은 의롭고 용기 있는 자였다. 왕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책망했다. 그 죄로 투옥됐다. 헤로디아는 자신까지 비난하는 요한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그래서 계략을 짰다. 헤롯의 생일 연회에서 헤로디아의 딸인 살로메가 열정적인 춤으로 왕을 기쁘게 했다. 왕은 만취한 상태에서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살로메는 어머니의 지시대로 요한의 목을 요구했다. 왕은 많은 이들 앞에서 한 약속이라 어쩔 수 없이 참수를 명했다.
카라바조는 잘린 요한의 머리가 살로메에게 건네지는 장면을 묘사했다. 배경을 완전히 어둡게 하고 명암 효과를 강하게 해 장면을 더욱 극적으로 보이게 했다. 살로메는 자신이 초래한 일에 마음이 괴로운지 쟁반 위의 머리를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사형집행인의 얼굴도 편해 보이지는 않는다. 나이 든 하녀만이 이 모든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요한은 간절히 기도했을 것이다. 구원을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새 왕비의 농간으로 벌어진 참으로 허망하고 어이없는 죽음이었다.
사실 진짜 살인자는 왕이었다. 왕은 그를 충분히 살릴 수 있었다. 요한이 죽은 진짜 이유는 백성들에게 받는 존경과 지지 때문이었다. 의로운 삶을 살아온 그의 말과 행동에 백성들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왕은 요한의 인기가 반란으로 이어질까 두려워 제거를 택한 것이었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불통정권 심판’ 범야에 180여석 몰표… 與, 최악의 참패
- [김순덕 칼럼]‘대통령만 빼고 다 바꾸라’는 성난 민심
- 동작-계양-분당… 여야 격전지마다 지지층 투표장 몰렸다
- ‘巨野 친명당’ 완성한 이재명, 8월 당대표 재도전 나설 듯
- 한동훈, 참패 타격에도 당잔류 의지… ‘尹-韓 갈등 시즌2’ 가능성
- 나경원-안철수-권영세, 與 중진 생환… 여권 재편 키플레이어로
- ‘新친명’ 박찬대-김성환 당선… 박균택 등 ‘대장동 5인방’ 입성 확정
- 조국당, 12석 얻을 듯… ‘지민비조-반윤 비명’ 틈새 노려
- 몸에서 열이 나고 오한과 함께 근육통이…
- ‘박근혜 복심’ 유영하, 7수 끝에 당선 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