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선거 끝나면 우수수… 정치인 테마株 급락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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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총선 전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9일 주식시장은 약보합으로 마감했지만, 일부 주식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총선을 진두지휘한 여야 대표들과 관련이 있다는 이른바 '정치인 테마주'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테마주로 꼽혔던 동신건설은 13.60%, 에이텍은 10.20% 올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테마주로 주목받은 대상홀딩스와 덕성은 장중 10% 안팎까지 올랐다가 내림세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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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기업이 정치인 테마주로 엮인 이유는 사실 황당하다. 동신건설은 본사가 이 대표 고향인 경북 안동에 있다고 테마주로 분류됐다. 에이텍은 최대 주주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만든 민관 협의체에 참여했다는 이유다. 대상홀딩스는 한 위원장이 고교 동창인 배우 이정재 씨와 식당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근거가 됐다. 이 씨가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의 연인이라서다. 덕성은 대표와 사외이사가 한 위원장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어서, 태양금속은 창업주와 한 위원장이 같은 ‘청주 한씨’여서 테마주가 됐다.
▷다른 나라에도 정치 테마주가 있지만, 한국처럼 정책이 아닌 정치인 개인과 엮인 테마주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에선 유력 정치인과의 혈연, 학연, 지연, 혼맥 등을 매개로 기업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매번 선거마다 되풀이된다. 특정 정치인이 새롭게 떠오르면 주식시장 주변의 꾼들이 정치인 주변을 샅샅이 훑는다.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적고 풍문으로 주가를 움직일 수 있는 코스닥 중소형주와 엮어 스토리를 만든다. 정치 이벤트가 생길 때마다 소셜미디어나 메신저, 주식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풍문을 퍼뜨린다.
▷정치인 테마주의 끝은 대개 좋지 않다. 후보의 당락이나 정당의 승패와 상관없이 선거가 끝나면 급락하는 패턴을 보였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이재명 당시 후보의 테마주로 꼽혔던 NE능률과 이스타코는 선거 전 주가가 10배 이상 올랐지만 선거가 끝나고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2021년 홍준표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테마주로 엮인 경남스틸은 홍 후보의 패배가 확정되자 한 시간도 안 돼 주가가 44%나 떨어져 하한가로 곧장 직행했다.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린다는 것 자체가 한국 정치와 자본시장의 후진성을 보여준다. 과거 정경유착의 기억이 생생한 투자자들은 권력자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으면 기업이 뭔가 도움을 받지 않을까 기대한다. 정치인과의 관계는 관심 없고 주가 급등락 분위기에서 타이밍을 잘 잡아 ‘나만 먹고 튀면 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도 많다. 유력 정치인과 옷깃만 스쳐도 주가가 요동치는 비상식이 반복되는 한,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식시장을 띄운다는 ‘밸류업’의 꿈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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