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플라자] 바이털뽕

신재민 前 기획재정부 사무관 2024. 4.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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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현실을 알아보고는 쓴 글인가?” ‘의료 현장으로 전공의들이 복귀해야 한다’는 지난 2030 플라자 글에 대한 의사들의 반응이었다. 의료 공공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필자의 주장에 그들은 ‘그러면 의사들의 권리는 무시당해도 되느냐?’라고 답했다.

전공의 혹은 전임의로 일하는 또래의 2030 세대 의사들을 물색해 의견을 구했다. 세부적 내용에서 의견이 통일되지는 않았지만 ‘한국 의료 시스템은 기형화되었고, 그것에 대한 임기응변식 적응이 누적된 것이 현재의 의료 체계’라는 인식은 같았다. 젊은 전공의들은 현 의료 시스템과 정책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이번 사태 이전에도 상당했다고 전해왔다.

“인턴이 일하지 않는다고 망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것은 인턴 잘못일까요?” 환자를 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한 2030 전공의들의 항변의 시작은 이와 같았다. 전공의들은 의대를 나와 의사 면허를 딴 후, 일반의(General Practitioner·GP)로 일하지 않고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 과정을 택한 사람들이다. 의료 행위를 행하는 의사이지만 동시에 피교육자이기도 한 것이다. 전공의로 일하는 그들은, 일반의로 일할 수도 있지만 의료 전문성을 갖추고 싶어 인턴과 레지던트(전공의) 총 5년 과정의 수련을 택했다.

일반적 여론과 다른 전공의들의 인식은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전공의들은 이틀에 하루꼴로 당직 근무를 하고 주 80시간이 넘는 근무 상황에 놓여 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까지 발생함에도 급여는 노동 강도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400만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그 과정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미래에 있을 보상, 그리고 제대로 된 의사가 되어 보겠다는 직업의식 때문이라 했다.

“전공의로 건강 잃어가며 4년간 사람 같지 않게 일하지 않고, 피부과에서 일반의로 일을 해도 월 1000만원 가까이 벌 수 있는 것 알고 있었죠. 그럼에도 일반의는 제대로 된 의사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전공의를 택해 수련받아 왔던 것입니다. 소위 생명을 살리고 싶다는 ‘바이털뽕’ 때문에요. 저는 환자를 버리고 파업하는 것이 아니에요. 레지던트 수련을 포기하고 일반의로 일하겠다는 것일 뿐이에요. 일반의로 일하며 환자가 오면 치료할 거예요. 전공의가 가지는 피수련자로의 측면을 살펴봐주셨으면 합니다.” 바이털과에서 수련을 받았다는 한 전공의는 한국의 의료 체계는 생명과 직결된 업무를 할수록 일은 힘든 대신 기대 보수는 낮아지는 구조라했다. 그러한 구조가 먼저 바뀌지 않고 의사라는 직업이 비난받고, 그 비판에서 정원이 확대되는 상황이라면 힘든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반의로 살고 싶다고 말해왔다.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는 전임의도 있었다. 그러나 그도 과정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의사의 수가 늘어 의료의 질이 높아진다면 좋겠죠. 그런데 지금 한국의 의사 질이 높은 것은 6년의 의대 과정과 그 후 인턴 및 레지던트 5년 과정이 있고 상당수의 의사가 이 수련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에요. 일반의 5명이 늘어나는 것보다 제대로 된 전문의 1명이 늘어나는 게 의료의 질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변호사 수 확대와 비교하지만, 능력 없는 의사는 살릴 사람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적절하지 않아요. 늘어난 의사가 지금 배출되는 의사들과 같은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지금의 비정상적인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 구조, 그리고 수가 체계부터 바꿔야 합니다.”

소수 의사들의 일탈을 의사 집단 전체의 부도덕성으로 확대 해석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의대 정원 확대 과정에서 위와 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는 의사 집단에 대한 설득이 원만하게 병행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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