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의 말글 탐험] [219]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양해원 글지기 대표 2024. 4. 11. 03: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폭포의 물보라에 온몸이 젖고 말았다. 우리네 삶과 아무 상관 없는 소식을 인터넷이 어찌나 쏟아내는지. 연예계 세 남녀가 입방아 오른 사연에 제법 빠삭해진 것이다. 곁들여 알아차렸다. 애인 갈아치우는 일을 예전엔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 했는데 요즘은 ‘환승(換乘)’이라 함을. 주체가 여성에서 남녀 공통으로 달라졌을 뿐 ‘거꾸로 신기’나 ‘갈아타기’나 거기서 거기인 셈.

이런 말에는 쉽사리 고개를 주억거리지만, 뜻도 어원도 갈피 잡을 수 없는 말에 종종 혼란스럽다. ‘식당서 고개 푹 떨군 노인… 밥 먹으러 온 경찰관 <촉>이 구했다.’ 음식 앞에 둔 노인이 정신 잃어가는 낌새를 채고 응급조치해 구했다는 기사 제목이다. 문제는 ‘촉’. 보아하니 느낌, 눈치, 직감 따위를 말했겠으나….

만년필이나 화살의 촉(鏃)은 결코 아니요, 촛불 밝히는 촉(燭)도 아니다. 감촉(感觸·피부에 닿아 일어나는 느낌)의 ‘촉’이 그나마 갖다 붙일 만한데. ‘닿을 촉’이라는 새김 그대로 피부에 닿는 일이 ‘촉’이지, 여기서 뜻한 ‘느낌’에 해당하는 말은 ‘감(感)’ 아닌가.

“마약 은닉술 상상 초월, 촉 아닌 정보로 잡죠.” 관세청 조사관이 “촉이 비상한 요원들은 걸음걸이만 보고도 잡는 경우가 있지만” 하는 기사를 보면 ‘촉’이 ‘관찰력’ 같은 말도 대신함을 알 수 있다. 아무튼 해괴한 쓰임새다.

엣지 있는 물 마시기, 청바지에 댕기·비녀로 엣지 있게, 엣지 넘치는 스타일…. ‘엣지’가 대체 무슨 뜻이기에. 영어 edge(외래어 표기법으로는 ‘에지’가 맞는 표기)를 끌어 쓴 것이란다. ‘가장자리, 모서리, 끝, 날, 위기, 우위, 유리함, 통렬함, 강렬함’이라는 뜻풀이 암만 봐도 모르겠다. 전혀 연관이 없지 않은가. 누리꾼들은 ‘두드러지다, 돋보이다, 멋스럽다, 개성 있다, 독특하다, 색다르다’ 같은 의미를 나타낸다 한다. 그럼 바로 그렇게 쓰지 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던가. 도통(都統) 뜻 모를 말을 태연히 쓰고 듣고 보는 우리, 혹시 도통(道通)한 것일까.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